“나는 지금 이 나라의 대군을 이끌고 초나라로 가고 있는 길일세. 지금 나라 안에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남아있다고 생각하는가. 60만 대군이면 궁성을 지키는 병사들과 변방을 지키는 병사들을 제외한 거의 모든 병사들이 나를 따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그야 그렇사옵니다만.”“임금이 생각할 때 아무리 믿는
왕전은 여러 차례 망설이다 어렵게 입을 열었다.“이번 출정에서 초나라를 멸하고 돌아오면 신에게 좋은 전답과 저택을 내어 주시옵소서. 그 약속만은 지켜주셔야 하옵니다. 대왕마마.”의외의 청이었다.“아니 좋은 전답과 저택이라니……. 장군께서도 사욕을 갖고 있단 말이오?”“사욕이 아니
아직 속세의 미진조차 묻지 않은 몸이기에 손끝이 매끄러웠다. 한입에 들어갈 듯 앙증맞은 몸매가 조바심을 더했다. 제 말로는 다 익었다지만 왕전의 눈에는 아직 솜털을 뒤집어쓴 병아리였다. 왕전은 깨물면 터질까, 불면 날아갈까, 생금을 만지듯 어린 계집을 누이며 바지춤을 풀었다. 전장에서 단련된 몸이라 아직은 쓸 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성난 황소처럼 박동이
졸지에 손녀 같은 계집을 대하고 있자니 말문이 막혔다. 왕전은 허허로이 술잔을 들었다.“한 잔 길게 들이켜시고 소녀도 한 잔 주시옵소서. 이 시대의 명장이신 왕전 장군님의 잔을 받는다는 것은 크나큰 영예가 아니고 무엇이겠사옵니까?”“그래 내 잔 받기를 소원하더냐?”“그렇사옵니다. 지아비로 모실 대장군님이
진왕의 명령이 떨어지자 내관 조고는 서둘러 왕전에게 진왕이 급히 찾는다는 전갈을 보냈다. 왕전은 몸이 몹시 아프다는 것을 핑계로 사자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왕의 명이었으므로 끝내 거부할 수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는 며칠이 지난 다음 노구를 이끌고 진왕 앞에 나아갔다. 수염을 오랫동안 정리하지 않아 초췌한 모습이었다.“왕전 장군 지난
이를 지켜본 진왕도 더는 그를 만류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지 그렇게 하도록 윤허했다. 왕전은 그길로 사직하고 고향 빈양으로 내려갔다.진왕은 이신을 총사로 하고 몽염을 부장으로 삼아 그들에게 20만 명의 군사를 주어 초나라를 치도록 했다.초나라 정벌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초로 군사를 몰아간 그들은 처음에는 계속 승리를 거듭했다.이신이 평여 지역을, 그리고 몽염
그러나 조나라는 진의 보복이 두려워 감히 그를 받아줄 수 없었다. 초회왕은 하는 수 없이 위나라로 발길을 돌렸지만 진소양왕이 보낸 군사들에게 잡혀 다시 함양성으로 압송되었다. 결국 초회왕은 속앓이를 하다 화병을 얻어 그곳에서 죽고 말았다.초회왕이 납치 된지 21년이 지난 후 진나라는 초를 수차 공격하여 수도 영(?)을 점령하는 등 초나라의 세력을 끊임없이
그는 초회왕에게 친서를 보내 화친할 것을 청하고 무관에서 동맹을 맺기로 약속했다. 화친하려던 마음이 간절했던 회왕은 대신들의 의중을 물었다.“아니 되옵나이다. 대왕마마. 진나라는 간교하기 이를 데 없는 자들이어서 필시 무슨 속내가 있을 것이옵나이다. 속지 마시옵소서.”중신들은 기를 쓰고 말렸다. 그들은 지난날 장의가 속였던 것을 반추시
“왕후, 진이 쳐들어온다면 싸워야지 않겠소. 그렇다고 과인을 능멸한 자를 그냥 살려 보내란 말이오?”회왕이 격분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그래도 그를 놓아주고 진과 화해를 하는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옵니다. 이 일은 분노로 해결할 일이 아닌 줄 아옵니다.” 왕후는 끊임없이 회왕을 설득했다. 하지만 회왕의 분노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서는 호랑이굴로 들어가란 말이 있질 않나이까. 대왕마마. 꼭 살아와서 충성을 다하겠나이다.”“그래도 아니 되오. 짐이 그대를 잃는다면 검중지역이 무슨 소용이 있겠소?”“걱정 마시옵소서. 소신에게 나름대로 방책이 있사오니 윤허하여 주시옵소서.”혜문왕은 여러 차례 허락하지 않았
사신은 울분을 되새기며 초나라로 돌아가 버렸다.그는 초회왕에게 이런 사실을 그대로 보고했다. 그제야 회왕은 장의에게 속은 것을 알았다.격분한 초회왕은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군사를 보내 진나라를 정벌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형세는 이미 초나라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었다. 진이 제나라와 동맹을 맺었으니 진을 친다면 제나라가 도리어 언제 쳐들어올지 모를 지경이
“대왕마마.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장의의 말에 속지 마시옵소서.”그러자 조당이 서리를 맞은 듯 조용했다.“그 무슨 말인고?”“진나라가 우리를 가벼이 보지 못하는 것은 제나라와 동맹을 맺고 있기 때문이옵나이다. 만약 제나라와 절교하면 진은 우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길 것이옵나이다. 그리된다면 어찌 진이 우리에
그리고 난 뒤 여러 해가 지났다.장의는 진나라로 들어가 승상의 자리에 올랐다. 그제야 장의는 초나라 재상에게 그날의 아픔을 상기시키는 내용의 전갈을 정식으로 통지했다.“지난날 나와 당신은 한자리에서 같이 술을 마셨소. 그때 나는 당신의 옥벽을 훔치지 않았소. 그럼에도 당신은 죽도록 곤장을 쳤소. 그러니 이제 당신의 나라를 잘 지키시오. 기회가 오
빈객들과 별로 어울리지도 않고 또 재상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하지도 않았다. 재상은 그런 장의를 눈여겨봤다. 술자리를 파하고 며칠이 지났다. 재상은 그제야 자신의 집에 있던 옥벽이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그는 그날 함께 술을 마셨던 빈객들을 다시 불러 모았다.“우리 집에 선대부터 가보로 전해져오는 옥벽이 있었는데 그것이 그날 없어진 것을
“수공이라면 피할 도리가 없다는 말이 아닌가?”위왕은 어깨를 떨구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왕분이 지루한 기다림 속에 함락을 넘보고 있는 동안 서서히 물이 차올라 대량은 온통 물바다로 변해가고 있었다. 성곽은 무너져 내렸고 여기 저기 위나라 백성들의 사체가 떠다녔다. 연일 성곽내부에서 건물 무너지는 소리가 꼬리를 이었으며 백성들의 아우
물론 병사들의 사기는 충천했다. 매일같이 잔치를 베풀고 아녀자들과 음란한 밤을 보내기 일쑤였으므로 어떤 출정보다 흥미진진했다.“내 수많은 전란을 치러봤지만 이번만큼 재미를 본적도 없구먼.”늙은 병사가 말했다.“그럼요. 왕분 장군께서 살펴주신 덕분이지요.”병사들은 너도나도 왕분을 칭송했다.“전장에 나온 졸
그러나 왕분의 침공은 그곳에서 멎었다. 성을 향해 총공세를 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돌아가지도 않았다. 그냥 대량성을 포위한 채 그렇게 있었다.졸지에 기습을 당해 뒤통수를 맞은 위나라는 황당하기 이를 데 없었다. 무슨 영문으로 갑자기 수도를 포위했는지 혹은 이번 침공이 정말 정벌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위협을 가하기 위한 것인지조차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위나라는 중원제국 가운데 가장 강대한 국가였다. 위혜왕(기원전 369-319)이 나라를 다스릴 때는 막강한 힘을 바탕으로 중원의 패권을 장악하기도 했었다. 진나라가 동진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부딪친 강력한 나라가 위나라였다.하지만 세월이 흘러 전국시대 말기에는 국운이 쇠약 해져 겨우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었다.심지어 진왕 16년에는 위나라 경혼왕이 여읍을
“내 그대를 사로잡으려다 일을 그르쳤노라. 그대가 빼앗은 제후들의 영토를 돌려주겠다는 약조를 받아내어 태자에게 보답하려 했는데. 원통하도다.”형가가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진왕의 장검이 그의 목을 허공에 날려버렸다. 태자 단의 계략에 의해 암살이 기도됐다는 사실을 안 진왕은 격분했다. 그는 곧이어 조정에 중신들을 모아놓고 연나라를 치는
형가가 왕이 앉은 단 앞에 이르자 내관이 함을 받아들어 진왕 앞에 내보였다. 진왕은 그가 번어기란 것을 확인하고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단 아래 무릎을 꿇고 있던 그들에게 다가갔다. “번어기의 수급을 거두어온 그대들에게 후한 상을 내리겠노라. 그대들의 이름이 무엇이라 했는가?”“연에서 온 형가와 진무양이라고 하옵니다.&rdq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