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감독 "빠른 투구 템포, 야수진 집중력 높여"

 

9회말 한화 이글스 더그아웃에서 마운드로 향한 이는 이번에도 로저스였고, 3루측 한화 응원석에선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11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 한화 이글스와 케이티 위즈의 경기.

한국 무대 데뷔전이던 지난 6일 LG 트윈스전에서 완투승을 거둬 KBO리그 사상 최초로 데뷔전을 완투승으로 장식한 로저스.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데뷔 첫 2경기 연속 완투에 나선 것이다. 

8회까지 이미 101구를 던졌던 로저스는 다시 힘차게 공을 던졌고, 오정복, 이대형, 마르테를 차례로 돌려세운 다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지금까지 불펜의 힘으로 버텨온 한화가 그토록 바라왔던 '확실한 에이스'를 얻는 순간이었다.

 

#. 한화 4-0 케이티 ... 독수리 3연승

9이닝 동안 108구를 던져 3피안타 3볼넷 7탈삼진 무실점. 한화 이글스는 김경언의 결승 투런포 등에 힘입어 케이티를 4-0으로 눌렀다. 주말 롯데와 2연전을 모두 챙기고 이날까지 3연승을 달린 한화는 포스트 시즌 진출 5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로저스는 "완투는 신경 쓰지 않았고, 그저 팀을 위해 온 힘을 다하려고 했다"며 "투구 수에 상관없이 내가 어떤 피칭을 보여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2회까지는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는데 그 후로는 제대로 던질 수 있었다"며 "포수가 베테랑이기 때문에 최대한 그의 리드를 따라 던지려고 노력했다"고 이날 마스크를 쓴 조인성에게 감사를 전했다.

#. 최고 시속 154㎞, 9회에도 150㎞대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올 시즌에도 등판했던 투수가 대체선수로 한국 팀에서 뛰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한화가 시즌 144경기 중 93경기를 치른 8월 1일에 계약하면서 거액 70만 달러를 안긴 이유다.

미국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로저스의 개인 통산 직구 평균 구속을 시속 152㎞(94.2마일)으로 측정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59㎞(98.9마일)이다. 올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은 시속 150㎞(93.4마일), 최고 구속은 시속 154㎞(95.7마일)다.

로저스는 미국에서 "볼넷은 많지 않으나, 직구가 치기 좋은 코스로 몰릴 때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직구도, 가운데로 몰리면 힘 있는 메이저리거에게 공략당했다.

한국에서 치른 2경기에서 로저스의 직구는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 최고 시속 154㎞, 9회에도 시속 150㎞대를 유지하는 직구에 한국 타자들은 배트가 밀렸다.

 

#. 야수진 집중력 높이는 공격적 투구

애초 주목하지 않았던 변화구와 공을 던지는 오른손을 머리 뒤에서 최대한 감추는 '디셉션 동작'도 타자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 됐다. 로저스는 시속 140㎞대를 넘나드는 고속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갖췄다. 커브는 시속 130㎞ 중반까지 끌어올리다가 110㎞까지 낮추는 '구속 조절'도 한다.

로저스는 11일 케이티전에서 직구(49개)보다 변화구(59개)를 더 많이 던졌다. 강속구 투수가 던지는 날카로운 변화구는 무척 위력적이었다. 공을 최대한 숨기는 동작 때문에 구종 파악은 더 어려웠다.

공격적인 투구도 효과를 봤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로저스는 머뭇거리지 않고 빠른 템포로 공을 던진다. 당연히 야수진의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로저스 경기에서 호수비가 많이 나오는 이유를 설명했다.

한화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려면 좋은 선발 자원이 절실했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서도 한 경기를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강한 선발 자원이 필요했다"고 로저스 영입 배경을 밝혔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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