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반년 만에 가계부채관리대책을 또 내놨다. 이번 대책에서는 강력한 주택 공급 측면의 억제책이 특히 눈에 띈다. 주택공급을 손대지 않고서는 금융대책 만으론 주택담보대출 증가를 막지 못한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주택공급 과정은 대체로 택지매입→ 인·허가→ 착공 및 분양→ 준공 및 입주 과정으로 이뤄진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전 과정에 걸쳐 주택공급이 적정 수준으로 이뤄지도록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아파트 중도금 대출보증의 개인당 이용 건수도 최대 4회에서 2회로 제한해 투기 목적의 분양받기를 억제하기로 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을 6개월 만에 다시 내놓은 것은 가계부채문제가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지난번 내놓은 대책이 약효가 거의 없음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 역시 탐탁지 않다. 부처 간 손발이 안 맞아 핵심 정책들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 집단대출 증가세를 가져온 주원인인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 적용 제외 방침을 계속 유지키로 한 건 문제다. 투기수요를 막기 위한 분양권 전매 제한에 눈감은 셈이다. 게다가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배경 중 하나인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의 환원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양(量)과 질(質) 모두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지난 6월 말 현재 가계부채는 1257조 3000억 원으로 2분기(4∼6월)에만 33조 6000억 원 늘었다. ‘숨은 가계빚’으로 불리는 자영업자 대출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인 가계부채는 더 엄청나다. 자영업자 대출을 포함할 경우 1500조 원이 넘을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추정한다.

은행권의 대출수요가 비은행권으로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현상도 안 좋은 흐름이다. 올 2분기에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10조 4000억 원으로 작년 2분기(5조 원)의 2배를 뛰어넘어 사상 최대다. 제1금융권에 비해 훨씬 비싼 이자를 물어야 하는 비은행권 이용자인 서민들의 어려움이 갈수록 커질 게 뻔하다.

가계부채 심화는 극도의 소비위축과 금융 불안정을 부를 수 있다. 완벽한 대책을 세우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땜질식 대책은 문제를 키우고 불신만 더할 뿐이다. 주택의 공급과 수요, 국민의 소득수준과 주택소유와의 관련성, 가계소득과 소비수준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제대로 된 방안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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