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완구 전 국무총리(오른쪽)가 최민호 전 비서실장과 함께 27일 항소심 선고 공판 후 서울고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1심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반전’을 이뤄내며, 이제 관심은 상고심이 이뤄질 대법원이 검찰과 이 전 총리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에 쏠린다. [관련 기사 - 지역정가 '이완구 항소심 무죄' 환영 일색 ]

항소심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었던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생전 인터뷰 녹취록 가운데 이 전 총리에 관한 진술을 증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는 27일 선고 공판에서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지난달 30일 결심 공판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1년을 구형받은 이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는 사필귀정” 李 전 총리 측 희색

선고 직후 이 전 총리는 “이런 문제로 심려를 드린 것에 국민께 대단히 죄송하다”라면서 “과도하고 무리한 검찰권 행사는 앞으로 자제돼야 한다”라고 자신을 기소하고 징역 1년을 구형한 검찰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이 전 총리와 같은 심정으로 지난(至難)한 재판 과정을 함께해 온 최민호 전 총리 비서실장(배재대 석좌교수)은 금강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3심 재판이 남아있는 만큼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인다. 그간 참으로 힘들었는데 이번 판결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란 입장에서 고맙고, 진실을 알아준 재판부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또 “3심은 법률심이므로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쉽사리 예측할 수 없지만, 분명하고 현명한 판단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아직 끝난 것이 아니므로 남은 재판에 충실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열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유·무죄 오간 판결, 대법원에 쏠린 눈

이 전 총리는 2013년 4·24 충남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 선거 당시 부여 선거사무소를 찾아온 성 전 회장으로부터 현금 3000만 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은 혐의로 지난해 7월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성 전 회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1심은 올해 1월 성 전 회장이 사망 전 남긴 언론 인터뷰 등을 근거로 금품 전달이 사실이라 보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 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이 사망해 법정에서 직접 진술하지 못했지만, 그가 남긴 전화 인터뷰 내용을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뒤엎고 무죄를 선고, “피고인에게 금품을 공여했다는 성 전 회장의 사망 전 인터뷰 가운데 이 전 총리에 관한 진술이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기 어려워 증거능력이 없다”라고 밝혔다.

당시 자원외교 비리와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에 대해 허위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은 자신에 대한 수사 배후가 피고인이라 생각하고 피고인에 대한 강한 배신과 분노의 감정을 갖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성완종 리스트’ 중 이 전 총리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 “성 전 회장이 자살하면서 남긴 메모에 다른 사람들 이름 옆엔 금액을 기재했으나 피고인의 이름 옆에는 금액을 공란으로 뒀다. 그가 피고인을 매우 원망하던 시기로서 공여금액을 기억하고 있었다면 이를 공란으로 둘 이유가 없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이제 검찰이 상고하면 이 전 총리에 대한 성 전 회장의 생전 진술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는 대법원에서 최종 결정된다. 과연 유·무죄를 오간 검찰과 이 전 총리 측의 법적 공방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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