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일<정치부>

3심이 남아있어 조심스럽지만 이완구 전 국무총리 측은 항소심 무죄 선고에 크게 고무돼 있고, 조만간 정계 복귀 수순에 들어갈 듯한 분위기다. 여당 원내대표에서 일약 국무총리로 급부상했다가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추락하며, 충청의 명예를 더럽힌 추악한 정치인으로 지탄받던 이 전 총리의 측근들은 하루아침에 충청대망론을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2부가 1심 유죄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한 지난 27일 기자에겐 몇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얼큰하게 술에 취한 이 전 총리의 측근은 직접적으로 그의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지역 현안을 얘기하면서 “충청도에서 대통령이 나오면 모든 게 다 풀려”라고 힘차게 말했다. 이 전 총리의 고초를 함께해온 그에게 항소심 무죄는 날아갈 듯 기쁜 일이고, 자신의 주군인 이 전 총리가 ‘대권 링’으로 당당히 생환할 것이란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또 다른 측근은 이 전 총리의 향후 정치적 행보를 묻는 질문에 “아직 재판이 완결된 것이 아닌 만큼 남은 재판에 충실할 것이다. 무죄를 전제로 정치적 행보를 상정하진 않았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열중하고, 그다음 일은 시간을 갖고 천천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그 역시 항소심에서 ‘반전’을 이뤄진 것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표정 관리’를 하느라 애썼다.

 

 

지역 정가는 2013년 4·24 충남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를 목전에 두고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3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에서도 검찰로부터 징역 1년을 구형받은 이 전 총리가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부활할 가능성이 대두되자, 그의 정치적 재기 가능성에 시선을 모으고 있다.

청양 출신으로 충남지방경찰청장, 충남지사, 3선 국회의원(제15·16·19대) 등을 지낸 이 전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가 불거지기 전까지 반기문 UN 사무총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과 함께 충청대망론을 실현할 인물로 회자됐던 만큼 또다시 그를 향해 관심이 고조되는 건 당연지사다.

 

이 전 총리는 항소심 판결 직후 정치활동 계획을 묻는 기자들에게 “그런 말씀은 언급하지 않는 게 예의인 것 같다. 국민에 대한 도리다. 그런 문제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라면서도 “이제는 공직이 됐든, 아니면 정치권이 됐든 다 좀 깨끗한 그리고 정직이 통하는 그런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다 노력하고, 저 자신도 노력하겠다”라며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하지만 현재로선 그의 재기 여부를 예단하기 힘들다. 대법원의 최종심이 남아있으므로 신중 모드를 취해야 한다. 괜한 설레발은 이 전 총리의 정치적 입지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고, 그가 3심에서도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받더라도 총리 후보로서 곤욕을 치렀던 인사청문회와 성완종 사태를 겪으면서 실추된 도덕성, 각종 설화(舌禍), 충청인들마저 크게 실망시킨 가벼운 처신과 언행 등 ‘부실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유권자들의 신뢰를 회복하지 않은 한 진정한 재기는 여의치 않을 것이다.

어쨌든 일각으로부터 ‘소생 불가’ 판정이 내려졌던 ‘이완구’라는 변수가 충청지형을 요동시킬 조커로 살아날 공산이 현실정치판에 불쑥 솟아오르며, 그가 과연 내년 대선 정국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과시하게 될 것인가에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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