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정 대전지방고용노동청장

연초 경기도 부천에 있는 휴대전화 부품 생산공장에서 발생한 메틸알코올 중독사고로 인한 근로자 실명재해가 지상파 메인뉴스로 방송되면서 우리 사회 안전불감증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메틸알코올은 무색의 인화성 액체로 흡입하거나 피부에 흡수될 경우 태아 또는 생식능력에 손상을 일으키거나 중추신경, 시신경에 손상을 일으키는 독성 유해물질이다. 이런 유해위험성을 갖고 있는 메틸알코올을 취급하면서 환기를 하지 않고 방독마스크 등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당기간 작업을 해 온 것이 이번 사고의 주된 원인이다.

그런데, 최근 해당 사업장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2명의 근로자가 메틸알코올에 의해 시신경이 손상된 것으로 또다시 확인됐다. 유해물질에 의한 중독사고는 해당물질이 무형, 무색의 특성을 가지고 있고 대부분이 미스트나 가스, 증기 등의 형태로 인체에 흡수되며 바로 장해를 초래하기보다는 대부분이 상당기간 축적된 뒤 신체에 장해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일반 건설현장이나 제조현장에서 발생하는 떨어짐이나 넘어짐, 끼임 등의 사고와 같이 근로자나 사업주가 직관적으로 그 위험성을 인식해 예방조치를 취하기가 쉽지 않다. 유해물질에 의한 독성중독사고의 경우 단 한 명의 근로자라도 발병이 되면 그때 가서 예방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추가적인 발병을 막을 수가 없다. 따라서 그 어떤 작업보다도 예방이 중요하며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해 적절한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

유해물질 독성중독사고 예방을 위해선 첫째, 유해물질의 위험성을 사전에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물질안전보건자료(MSDS)에 기재돼 있는 정보 등에 대해 근로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자료 비치, 게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또 방독마스크나 보안경, 보호의·장갑 등 적합한 보호구를 지급하고 착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환기다.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장소에는 국소배기장치 등을 설치해 유해물질을 외부로 빼내 작업자가 유해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이상 세 가지는 유해물질 중독사고 예방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것이다. 메틸알코올 중독사고가 발생한 이유도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안전의식’을 가져야 한다. 유해물질 독성 중독사고 예방은 근로자의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노사의 이해가 다를 수 없다. 유해물질 취급작업의 위험에 대해 근로자와 사업주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사업주는 그에 따른 안전보건상의 예방조치를 적절하게 취하며 근로자는 이를 따라야 한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이 마련한 유해물질 독성중독 사고 예방 정책에도 관심을 기울여주길 당부한다. 대전노동청은 50인 미만 영세소 규모 유해물질 취급사업장 292곳을 선정해 컨설팅·지도를 통한 개선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또 근로자가 작업하는 공정별로 위험성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평면화된 지도로 제작부착하는 유해물질 맵(Map)을 전국 최초로 제작해 보급했다. 아울러 우수한 관리기법과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과 소규모 사업장을 매칭하는 공생협력프로그램을 원-하청이라는 틀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차원에서 추진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업 등을 시스템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지자체, 환경청, 안전보건공단, 재해예방기관 등이 모두 참여하는 대전충청세종지역 유해화학물질 관리 거버넌스를 구성·운영하고 있다.

유해물질 독성중독 사고예방엔 노사정이 따로 없다. 근로자와 사업주가 함께 손을 잡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해 적극 지원한다면 유해물질 중독사고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건강한 일터,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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