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비선실세 최순실 특검·우병우 고발 공감대 형성

측근 비리의 ‘민낯’을 드러낸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물론 여당마저 비선실세인 최순실 씨에 대한 특검 도입과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거부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고발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최순실 게이트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해 왔고, 지난 25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이후 사실상 최 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새누리당 내에서도 특검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정진석 원내대표(충남 공주·부여·청양)는 공개석상에서 여러 차례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며 특검 필요성을 시사한 바 있고, 여당 법사위원들 사이에서도 특검 찬성 목소리가 힘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은 26일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특검을 수용하기로 하고, 구체적 시기와 절차를 결정하기 위한 여야 협의를 제안했다.

우병우 수석 고발 건은 이미 여야 합의가 이뤄졌다. 국회 운영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국정감사 기관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출석을 거부한 우 수석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정진석 위원장은 이날 안건을 상정한 뒤 여야 위원들의 의견을 물었고, 전원이 “이의가 없다”고 밝혀 별도의 표결 절차 없이 가결을 선언했다.

우 수석은 지난달 7일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전 충북지사) 및 다른 수석급 참모들과 함께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았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회가 채택한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위원회 의결로 고발할 수 있으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운영위 회의에선 야당 의원들이 이른바 최순실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참모진의 전원 사퇴를 촉구하면서 이 비서실장 등을 국회 위증 혐의로 추가 고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더민주 간사인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충남 천안을)는 “우 수석뿐 아니라 이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 모두가 국기 문란의 중심에 섰기 때문에 고발뿐만 아니라 총사퇴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청와대 관계자들이 국감에서 ‘비선 실세가 존재하지 않는다’라고 한 것은 위증죄이거나 설령 몰랐더라도 직무유기 혹은 태만에 해당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 위원장은 “이 비서실장의 위증죄가 성립하려면 허위 진술 여부에 대한 면밀한 사실관계가 필요하니 여야 간사가 협의를 진행해 달라”며 “11월 2일 예산안 심사에 이 비서실장 등이 출석하는 만큼 직접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위증죄 고발 여부를 판단하는 게 온당하다”라고 말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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