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자 결국 '특검 카드'를 수용했다.

그만큼 사태가 위중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이에 당 지도부가 엄중한 후속조치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이것만으로는 사태가 쉽사리 수습되기 어렵다는게 당내의 전반적 상황인식이다.

보다 강도높고 구체적인 대응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자칫 여권 전체가 휩쓸려 갈 수 있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이 읽혀지고 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권의 도덕성과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초대형 악재로 떠오르면서 정권 재창출이 물 건너갈 수 있다는 우려감이 크게 증폭되고 있다.

이정현 대표는 오전 예정된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를 취소하고 사태 추이를 파악하기 위해 '시간'을 가지려고 했으나 당내 기류는 이미 끓어오를 대로 끓어오른 상황이었다.

비박(비박근혜)계를 중심으로는 오후 긴급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하며 집단 반발의 움직임까지 감지된 것이다. 이들은 대통령 사과와는 별개로 특검 도입 또는 국정조사 실시를 통한 철저한 진상 규명, 청와대 비서진 총사퇴, 당 비상대책위 구성 촉구까지 당 지도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오전 비공개로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를 열어 대책을 숙의했다. 여기서 나온 게 청와대와 내각의 대폭적 인적쇄신, 그리고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처벌이었다.

특검 도입이 사실상 만장일치로 결정된 의총에서는 정부와 당 지도부의 맹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성태 의원은 "대통령의 사과는 성난 민심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었다"면서 "대통령이 국민 용서를 구하는 자리가 새롭게 마련돼야 하며, 대통령 주변 사람들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과 국정 전반의 쇄신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인숙 의원도 "신돈이 공민왕 때의 고려를 망하게 한 사건, 괴승 라스푸틴이 니콜라이 2세 때의 제정 러시아를 망하게 한 사건에 버금가는 사건"이라면서 "좌파들의 집권을 막으려면 건전보수가 살아야 하고, 이를 위해 지금은 극약처방이 필요한 시기"라고 촉구했다.

30명에 가까운 의원들이 발언을 신청했으며, 대부분 특검 도입과 비대위 구성, 청와대와 내각의 인적 쇄신 등이 주를 이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친박계 박대출 의원은 "지금 권력투쟁과 집안싸움을 하면 같이 침몰한다"면서 "모두 나가라고 한다면 그 자리는 누가 차지하겠느냐"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이에 이 대표는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지만 무책임하게 지금 그만둘 수는 없다"고 했고, 정진석 원내대표 역시 "자리를 버리라면 미련없이 저를 포함한 지도부 모두 떠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퇴할 때 사퇴하더라도 사태 수습의 의지를 나타내며 '배수의 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새누리당을 탈당한 이재오 전 의원이 주축인 늘푸른한국당은 시국선언문을 내고 "제왕적 대통령제는 대를 거듭할수록 부작용이 심화돼 박 대통령에 이르러서는 사인에 의한 국정농단과 권력형 부패와 비리가 판을 치고 있다"면서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력은 국가를 파탄의 지경에 이르게 했다"고 비판했다.

늘푸른한국당은 ▲대통령 비서실장과 청와대 수석 전원 교체 ▲거국 중립 내각 구성 ▲당 지도부의 즉각 사퇴 ▲여야 특검제 합의 ▲비상시국 타개를 위한 '정당·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 개최 등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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