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동남경찰서 문성파출소 순경 안진일

얼마 전 10월 2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레즈노 고등법원은 4년간 친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아버지에게 징역 1천503년을 선고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어린 딸을 9년간 추행하고 성폭행한 인면수심 40대 아버지에게는 미국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적은 형량인 징역 12년이 선고되었다.

앞서 말한 한국과 달리 미국 등에선 범죄자에게 수 백 년, 심지어 수 천 년 형벌을 선고받는 사례가 종종 있다. 어떻게 그런 것일까? 대륙법계를 따르는 한국, 일본과 달리 미국, 영국 등은 영미법의 ‘누적주의’를 따르기 때문이다.

누적주의란 여러 범죄를 저지르면 각 범죄에 정한 형을 모두 합쳐서 처벌하는 원칙이다. 예를 들어 10건의 절도를 저질렀다면 각 절도 마다 형량을 더해 절도 1건의 10배 징역을 선고한다.

반면 한국은 범죄자가 여러 개의 범죄를 저질렀을 때 재판에서 ‘가중주의’ 원칙을 따른다. 예를 들어 범죄자가 강도죄와 강간죄를 저질렀다면 두 혐의 가운데 더 무거운 범죄에 해당하는 형량을 따진 뒤 여기에 형을 가중하는 방식으로 선고한다. 사형이나 무기징역이 아니면 최대 징역 50년까지만 선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친딸 성폭행 판결을 두고 한국에서도 흉악범죄자에게 수백 년씩 징역을 선고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흉악범의 범죄형량이 너무 낮고 대형 인명피해 사고를 내도 처벌이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 공무집행 시 범법자들은 “벌금 내고 아니면 교도소 얼마 있다가 오면 돼!” 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곤 한다. 이미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은 없을뿐더러 공권력에 대한 경시풍조로 경찰관의 공무집행을 방해하기까지 한다. 처벌을 강력하게 한다면 범법자의 입에서 위와 똑같은 말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법체계의 근간이 다르기 때문에 영미법계 국가처럼 형벌을 수 백 년, 수 천 년을 선고할 순 없겠지만 법질서를 어지럽히는 범법자 특히 흉악범죄자는 죄 값을 충분히 치를 수 있게 국민정서에 맞는 형벌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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