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유죄, 대법 재판 중 '고속 승진'…'수뇌부 의중 반영' 분석
쌍용차사태 때 불법 체포된 권영국 변호사 "시민탄압 조장하는 인사"

2009년 평택 쌍용차 사태 당시 변호사를 불법 체포한 혐의로 기소돼 1,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경찰 간부가 총경 승진자로 내정돼 논란이 일고 있다.

공무 중 생긴 법적 분쟁에 대해선 인사상 문제를 삼지 않고 업무 능력만 보겠다는 경찰 수뇌부의 판단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일각에선 불법 행위로 항소심에서까지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찰관을 승진시키는 것은 "경찰이 시민 탄압을 조장하는 승진"이라는 강한 비판도 제기됐다.

경찰청은 5일 총경 승진 대상자를 발표하면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소속 유모(50) 경정을 승진자로 내정했다.

유 경정은 2009년 6월 26일 쌍용차 평택공장 시위 당시 권영국(53) 변호사를 공무집행방해로 불법 체포한 혐의로 피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권 변호사는 조합원 6명을 체포하는 경찰에 항의하며 변호인 접견권을 요구하다가 체포됐다.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지만, 민변이 서울고법에 낸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져 유 경정은 불구속 기소됐다.

이어진 재판에서 1심과 항소심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인신을 구속할 때 법률에 따라 신중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경찰관임에도 위법한 절차에 항의하는 변호사의 접견 요구를 묵살하고 체포해 변호인에게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입힌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 판단만 남은 상태다.

대법원이 원심을 유지한다면, 유 경정은 경찰공무원법에 따라 당연 퇴직 처리된다.

이번 승진 인사 대상자에 유 경정이 포함된 것을 놓고, 경찰 내부에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경찰 간부는 "그 어렵다던 총경 승진 인사에 유 경정이 발탁된 것을 보면, 공무 중 발생한 불미스런 일에 대해선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는 경찰 수뇌부의 의지가 반영됐다고 봐도 될 같다"고 말했다.

다른 간부는 "이번 승진 대상자가 주로 경정 9년차(2008년 경정 승진)였는데, 유 경정은 7년차(2010년 경정 승진)"라며 "경쟁자들보다 두 해 빨리 승진 대상자에 오른 것은 시위 현장에서 발생한 공권력 집행에 대해선 문제 삼지 않고 업무 능력과 공적만 보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유 경정이 치열한 시위현장 공무집행과 관련해 소송을 당하자 한때 동료 간부들은 소송비용을 돕기 위해 자발적인 모금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선 유 경정 승진 내정을 놓고, 불법 행위로 유죄판결을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간부를 승진시킨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경찰관은 "전쟁터 같던 당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공권력은 집행과정 또한 정당했어야 한다"며 "무죄 추정의 원칙이라지만 항소심에까지 유죄가 선고된 간부를 2년이나 빨리 승진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체포 당사자인 권영국 변호사는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시민을 탄압한 경찰관을 승진시키는 것은 경찰이 오히려 이런 불법 행위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며 "말도 안 되는 엉터리 승진"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 경정의 승진이 퇴직 가능성을 감안한 배려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경찰 간부는 "유 경정의 사건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내부 여론이 많다"며 "이를 고려해 혹여 사건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결론 나더라도 경정 퇴직보단 총경 퇴직이 되게끔 배려한 것으로 볼 수있다"고 귀띔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확정판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형사사법 원칙이 있다"며 "유 경정의 현 보직은 아무나 하는 자리도 아니고 업무 강도도 엄청나게 높아 지방청장도 상당히 높은 평가를 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순전히 업무성과로 승진한 것"이라며 "공무원이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내면 보상해준다는 인사원칙이 있어야 하는데, 소송 당사자라는 이유로 승진에서 배제하면 사기가 떨어질 수 있다"고덧붙였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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