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고 저렴한 소화기, 우리집 지킨다

[이전 기사 - [주택 화재안전, 이대로 괜찮은가] (1)단독주택이 화제에 가장 많이 노출]

#. 지난 2014년 10월 15일 오후 8시 57분경 유성구의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연기가 나는 것을 목격한 이웃집 주민은 문득 떠오른 게 있었다. 얼마 전 소방서에서 보급 받은 소화기였다. 집에 있던 소화기를 들고 곧장 연기가 나는 집으로 급히 향했다. 몇 분간의 사투 끝에 다행히 불길이 잡아 큰 화재를 막을 수 있었다.

#. 지난해 9월 6일 낮 12시 42분경 대전 중구의 한 주택에서 불이 났다. 순간,‘화재발생’경고음이 집 안을 가득 메웠다. 거실 한 켠에 설치된 경보기에서 시작된 울림이었다. 이웃 주민은 이 소리를 듣고 비상상황임을 직감했다. 곧바로 119 버튼을 눌렀다. 얼마 후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해 초기 진화에 성공했다.

지난 2012년 시행된‘화재 예방·소방시설 설치 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소방시설법)이 유예기간을 거쳐 내달 4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단독주택 소방시설 의무 설치’가 골자다. 이에 따라 단독주택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소방시설 보급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덩달아 홍보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주거용 소방시설 중 대표적 물품은 화재 진압용인 ‘가정용 분말용 소화기’와 화재 예방용인 ‘단독경보형감지기’로 꼽힌다. 이 시설은 화재가 발생했을 때 재산피해와 인명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화재 예방과 진압에 적합토록 설계됐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화재를 진압하는 데 좋은 시설의 기준은 다양한 화재에 대응할 수 있는 지 여부인데 그 기기가 가정용 소화기”라며 “소화기는 화재안전기준에 맞게 설계된 ‘ABC형’시설로 기름보일러 화재와 같은 유류화재뿐만 아니라 이불과 전기합선으로 유발된 화재도 진압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가도 2만 5000원에서 3만 원 선이라 가정에서 큰 부담 없이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독경보형감지기도 이와 비슷하다. 한 판매업체 관계자는 “감지기는 연기를 감지하면 85데시벨 이상으로 울려 TV 음량 크기를 최대로 틀어놓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갖고 있다”면서 “각 가정은 화재를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각 가정에서 시설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이 관계자는 강조했다.

그는 “아파트에 설치하는 자동화재설비는 100만 원을 호가하지만 단독감지기는 한 세대 당 5개를 설치해도 10만 원 선이라 부담이 적은 시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효용성이 높은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의 필요성이 거듭 강조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시민들을 대상으로 소방시설 구매를 유도하고 나섰다. 중부소방서 관계자는 “소방서가 운용하는 원스톱지원센터에서 시민들에게 시설업에 정식 등록된 119자재 판매업체를 소개하거나 공식인증 받은 소화기를 대형마트나 인터넷을 통해 구매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형생활주택 주거민과 취약계층을 제외한 ▲단독 ▲다중 ▲다가구 ▲연립 ▲다세대 주택에 사는 시민들은 스스로 물품을 사야 한다.

두 시설 중 소화기 판매가 훨씬 활발하다. 서구 둔산동 한 대형마트가 밝힌 지난해 주거용 소방시설 판매현황에 따르면 소화기는 300건에 달했지만 단독형감지기는 10건에 그쳤다.

당장 내달 4일부터 관련 설비를 설치해야 하지만 설치하지 않을 경우 별다른 법적 제재가 없기 때문에 법 자체가 공염불에 그치치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최홍영 국민안전처 119생활안전계장은 “주거시설은 사생활 공간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이 어디까지 개입해야 하는 지를 두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시민들이 스스로 시설 설치에 대한 동참을 이끌어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최문석 기자 mu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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