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면 되지"…담배 케이스 불티

 

편의점 담배진열대의 표정이 바뀌고 있다. 기존 담배 재고품이 소진돼가면서 지난해 12월 23일부터 반출된 흡연 경고그림이 들어간 담뱃갑이 진열대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경고그림이 삽입된 담뱃갑의 등장은 다양한 사회적 파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생소한 경험에 대한 반응도 다양하다.

19일 오후 2시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가죽공예점. 손님이 직접 가죽을 이용해 액세서리를 만들 수 있는 이 가게는 최근 오픈시간인 1시 30분부터 약속이라도 한 듯 손님이 몰리고 있다.

매장 한켠, 한 부부가 담배 케이스 제작에 열중하고 있다. 종업원의 도움을 받으며 담배 케이스를 만들고 있던 김슬기(31·여) 씨는 “남편이 새해에는 꼭 금연에 성공하겠다고 약속했고 노력도 했지만 끝내 실패했다”며 “남편도 그렇지만 나 또한 혐오스러운 담뱃갑 경고 그림을 보고 싶지 않아 데이트도 할 겸 이곳을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금연 확대를 위해 담뱃세를 인상하고 경고그림 삽입까지 의무화 했지만 정부의 의지는 이렇게 현실을 빗겨가곤 한다. 최근 인터넷쇼핑몰에선 담배 케이스가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금연할 생각이 없는 흡연자는 담뱃갑 경고그림을 이제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애써 외면해볼 궁리를 하거나 경고그림에 익숙해질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데 흡연을 하지 않아도 이런 노력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다. 억울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 편의점 직원에 대한 얘기다. 대전 중구의 한 편의점. 주 5일, 하루 9시간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지훈(20) 학생은 매일 백 번도 넘게 혐오스러운 담뱃갑 흡연 경고그림을 마주해야 한다. 소비자에게나 판매자에게 모두 경고그림은 생소한 첫 경험이라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는데 그 고통은 판매자에게 더 심하다. 경고그림에 익숙해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김지훈 학생은 “지난주부터 우선적으로 재고가 떨어진 담배 종류부터 경고그림이 삽입된 담배를 팔기 시작했다”며 “편의점 매출의 50%가 술과 담배다. 매번 담뱃갑 경고그림을 볼 때마다 섬뜩하고 짜증이 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물론 이 같은 부작용은 처음부터 예견됐던 거다. 그래서 일부는 경고그림 삽입 전 담배를 사재기한 사례도 있다. 경기도 안 좋은데 담배까지 매출이 줄면 그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닐 게 뻔하다. 대전 중구의 한 편의점 점장은 “몇 주 전부터 혹시나 하는 염려로 평소보다 담배를 더 많이 주문했다. 담배가 편의점 매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최대한 기존 담배를 많이 확보해 혐오 그림이 박힌 담뱃갑을 늦게 내놓는 게 아무래도 매출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경고그림 삽입 담배의 시장 유통이 지연된 이유다.

논란을 빚었던 흡연 경고그림 담뱃갑 삽입의 파장은 이렇게 서서히 사회 전반으로 퍼지면서 김영란법 시행의 충격과 맞먹는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경고그림에 대한 고충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