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보건대 헌혈왕 김갑수 씨를 만나다

▲ 대전보건대학에 근무 중인 김갑수(45) 씨가 인터뷰 중 밝게 웃고 있다.

 

겨울철이면 늘 피가 모자란다. 헌혈을 하겠다고 나서는 이가 적기 때문이다. 계절적 요인이라고 치부하기엔 수급상황이 좋지 않다고 관계자들은 걱정한다. 헌혈을 하는 데 있어 계절은 그에게 핑계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는 ‘습관’처럼 헌혈에 나선다. 대전보건대 김갑수(45) 씨가 ‘헌혈왕’에 등극한 사연이다.

김 씨와 헌혈의 인연은 영화표 한 장으로 시작됐다. 영화는 보고 싶은데 돈은 없고 헌혈을 하면 영화표를 준다기에 시작했다. 그리고 20년이 흐른 지금 그는 헌혈을 넘어 조혈모세포 이식까지 고려 중일 만큼 헌혈 예찬을 한다. 23일 그를 만났다. 김 씨는 인터뷰가 처음이라며 멋쩍은 미소를 띤 채 자리에 앉았다. 따뜻한 커피 한 모금 마신 그는 “헌혈을 시작한 것은 학창시절 그저 친구들과 영화 한 편 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첫 경험’은 남을 위해 봉사하는 기분이 무엇인지 알게 했고 군 생활을 제외한 20년간 그에게 헌혈은 삶의 일부가 됐다. 그렇게 모은 헌혈증이 무려 179장. 그동안 모아온 수많은 헌혈증은 가족과 주위 사람들이 필요할 때 주기 위해 매일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실제 그는 몇 년 전 일면식도 없던 응급환자를 위해 선뜻 헌혈증 50장을 건네기도 했다. “지인의 아는 분이 교통사고가 났다는 연락을 받긴 했는데 전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경제사정도 안 좋고 환자 상태는 어렵다 하고, 사람은 살려야겠다 싶어 바로 헌혈증을 주게 됐어요.”

평소 걷기, 웨이트 트레이닝 등 다양한 운동으로 체력을 관리해오며 헌혈을 해오던 그였지만 그에게도 위기의 순간이 있었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어느 날, 그날도 그는 헌혈을 했다. 그리곤 돌아오는 길, 집을 코앞에 두고 그대로 거리에 쓰러졌단다. 다행히 곧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긴 했지만 그는 쓰러진 상태로 한동안 거리에 누워 하늘만 바라보며 겁에 질렸던 아찔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200번째 헌혈을 하게 되면 조혈모세포 이식도 생각 중이라는 그에게 언제까지 헌혈을 하겠냐는 우문을 했다. “몸속에 피가 돌고 있는 바로 이 순간이 내겐 가장 중요한 순간입니다. 피가 어디에 쓰이는지보단 그저 제가 한 헌혈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데 일조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헌혈이 처음엔 겁나지만 계속하다 보면 성취감, 봉사 정신, 따뜻한 마음도 느낄 수 있답니다.”

그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헌혈을 권유했다. 헌혈은 아픈 누군가를 위한 사랑이라며.

대전보건대 학생들은 24일 충남대학교병원 등 지역 수혈기관을 방문, 학생들로부터 십시일반 기부받은 헌혈증을 기증할 예정이다. 오늘따라 ‘대전보건대’라는 이름이 참 따뜻하게 다가온다.

글·사진= 이준섭 수습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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