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노동청 사법경찰관 투입
쉽지만은 않은 추적

#. A 모(49) 씨는 치밀했다. 신용불량자였던 그는 자신 명의로 사업을 하지 못하자 전략을 세웠다. 청년들을 돈 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었다. 공범 B 모(29) 씨와 범행을 공모했다. 사업 명의는 B 씨의 이름으로 하는 한편, 또 다른 서너 명을 포섭해 계좌관리를 함께 하면서 돈을 점차 불려갔다. 이런 방법으로 A 씨는 지난 2013년 1월부터 5월까지 대전 등지에서 청년 30여 명을 상대로 임금 5900만 원을 주지 않고 달아났다 경찰에 검거됐다.

A 씨처럼 임금을 주지 않고 달아난 사업주를 쫓기 위해 관계당국이 긴장을 놓지 않고 있다. 근로기준법 아래 임금 지불이 엄정하게 이뤄져야 하는데도 이를 어기고 사업장을 폐쇄하거나 심지어 도주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돈벌이가 쉽지 않은 청년들을 꾀어 임금을 착취한다는 점에서도 그 심각성은 더하다. 무엇보다 사업주가 증거를 인멸한 채 도주하기도 해 노동청 관계자들이 이들을 추적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이 올해 공시한 임금체불 사업주 현황에 따르면 임금체불 사업주는 해당 사업장 소재 기준으로 대전 6명, 충남·세종권 15명으로 이중 2명이 구속됐다.

상습 임금체불 사업주를 추적하는 주체는 지자체 별 지방노동청에 소속된 사법경찰관이다.

근로기준법 제5조에 따르면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은 8·9급 공무원 중 근무성적이 우수한 자를 선정해 관할 검사장의 결정으로 수사 업무를 맡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사법경찰은 임금 체불이 의심된다는 신고를 토대로 해당 사업주 소재 파악과 함께 탐문수사를 이어간다. 이때 사업주가 도주한 사실이 드러나면 본격적으로 경찰과 공조 수사를 진행한다. 경찰에 지명수배를 요청한 후 소재가 파악되면 경찰과 함께 사업주에 대한 신병을 확보하는 절차로 이어지는 것이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의 한 사법경찰관은 “해당 사업장 주변에 있는 건물 상인과 사업주를 알던 지인들에게 도주 경로와 사업주의 평소 행실이 어땠는지 등을 파악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노력에도 사업자가 증거 일체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경우 달아난 경로 파악에 사실상 어려움을 겪는다는 게 사법경찰관의 귀띔이다. 그는 “A 씨가 도주했을 때 피해자의 임금을 기록한 일지들을 없앴던 터라 그와 협력한 조력자들에게 접촉해 A 씨의 혐의를 입증하려 했다”면서도 “그마저도 그들이 연락처를 다 바꿔 진술 확보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고 했다. 이어“경찰도 사업장에 대한 압수수색 중 다른 곳으로 돈이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점으로 미뤄봤을 때 사업주의 도주경로에 대해 곧바로 알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혀를 찼다.

일각에선 체불 사업주가 ‘체불 사업주 공개 명단’에 오르지 않기 위해 되레 법을 역이용할 수 있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조심스레 제기된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 따르면 “체불사업주가 사망하거나 도산 등의 사실을 인정받을 경우 명단 공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예외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개인사업자가 사업장을 폐업하고 파산절차도 밟지 않은 채 도주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무엇보다 예외조항의 취지는 악덕 체불업자가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닌 실제 지급능력이 없는 자에 한해 구제의 성격이 커 예외 조항과의 연관은 크게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최문석 기자 mu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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