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오백리길 리와인드] 17구간 - 2편

 

#4. 가호리 땅끝에 서면

조금 더 끝을 향해 가면 곡계고개를 만난다. 수몰 전 가여울마을과 곡계마을을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였다고 한다. 고갯길의 상징인 보호수 한 그루가 우뚝 솟아 있다. 높이가 23m에 이르는 상수리나무다.

가호리 땅끝. 대전 직동과 내탑동 사이로 파란 호수가 펼쳐진다. 손에 잡힐 듯한 야트막한 산들은 예전엔 어느 동네의 뒷산 정도 됐겠지만 지금은 호수 위에 놓인 섬 같은 곳이 됐다.

물이 좀 빠지면 육지로 연결될 산들이다. 그곳엔 옛 마을의 흔적들이 남아 있겠지? 지금은 억새와 갈대밭, 그리고 동복 오씨 묘소가 쓸쓸함을 대변한다. 그래도 대청호 오백리길에서 만나는 묘소가 늘 그렇듯 이곳 역시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눈앞엔 첩첩산중이 펼쳐지고 그 사이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금강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5. 악어섬, 악어밥섬 이야기

동복 오씨 묘소에서 다시 출발지점으로 향한다. 이번엔 산길이다. 왼쪽으론 대전 땅이, 오른쪽으론 충북 보은 땅인데 그 사이에 대청호가 산골짜기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있다.

물이 차기 전엔 나룻배로 1∼2분도 안 걸리는 지척이었을 텐데 지금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땅이 됐고 대신 육로가 새로 생겨났다. 물론 30∼40분을 돌아가야 하지만 말이다.

228봉에 오르면 대청호가 만들어낸 신기한 풍경을 엿볼 수 있다. 이름하여 ‘악어 악어밥섬’이다.

 

 

지형이 마치 악어 한 마리가 먹이를 먹기 위해 다가서는 모습이다. 예전엔 높고 낮은 산봉우리들이었는데 물이 차오르니 이런 신기한 볼거리도 생겨났다.

가호리 땅끝에서 보면 악어밥섬은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있다. 수몰 전엔 가호리 땅끝과 이어진, 말 그대로 육지였다. 마을사람들의 쉼터가, 어린 아이들의 놀이터가 됐을 법하다.

그러나 지금은 밑둥은 물에 잠기고 다 녹아가는 빙산처럼 꼭대기 부분만 살포시 수면 위에 떠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이래서 더 흥미롭다.

 

 출발점으로 되돌아가는 길은 조금 험하다. 마을도로(후곡길) 쪽으론 오래된 나무들을 베어내고 새로운 묘목을 심는 벌목사업이 펼쳐지고 있어 시야가 확 트이는데 반대쪽은 소나무들이 울창하다. 산 위에서 보면 내륙에서 뻗어나간 산줄기들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할 수 있다.

/금강일보 대청호오백리길 취재팀

[대청호오백리길 리와인드 17구간]
1편 : 아, 물 속에 잠긴 내 고향 벌말이여
2편 : 악어섬과 악어밥섬
3편 : [인터뷰] 후곡리 사향탑 주인공 최성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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