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장날 시장통과 같다. 남녀노소 수많은 인파들이 저마다의 목소리로 번잡함을 이뤄낸다. 그 번잡함 속에서 매일 뜨고 지는 수많은 이슈들을 따라가기란 여간 고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로 인해 젊은 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터넷 활동에 소극적인 중년·노년세대는 정보 취득이 늦어지고 서로의 관심사가 달라지는 등 세대 간의 단절과 세대갈등의 요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에 금강일보는 한 주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이슈들을 모아 소개하는 코너를 만들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는 무엇인지, 그들의 언어와 문법을 이해함으로써 세대 간 단절의 벽을 허물고 소통의 길을 열고자 한다.
이슈의 바다를 찾아 떠나는 내비게이션, ‘인터넷 이슈 브리핑 - 요즘 젊은 것들’.
“경로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2월 4주차 브리핑>

1. 지식IN의 ‘우주神’ 조광현 할아버지 은퇴 선언

- 네티즌끼리 질문과 답변을 하면서 정보를 교류하는 ‘지식IN’ 서비스는 오늘날 네이버를 국내 최대의 포털로 성장시킨 일등공신으로 불린다. 누군가 질문을 올리고, 여러 사람이 답변을 달고, 질문자가 가장 마음에 드는 답변을 선택하면 답변자에게 ‘내공’이 제공되는 형식이다. 이 내공은 일종의 활동점수로 등급을 높이는 데만 사용할 수 있는데, 내공이 100만 점 이상이 쌓여 최고등급 ‘우주신’에 오른 화제의 인물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녹야 조광현(82) 할아버지다.
- 치과의사 출신인 조 할아버지는 치과 관련 질문 말고도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센스 있는 답변을 달아 높은 채택률을 기록했는데 워낙 주옥같은 답변이 많아 인기를 끌었다. 

- 그 조 할아버지가 건강상의 이유로 모든 온라인 활동을 중단한다며 24일 팬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조 할아버지는 본인이 운영 중인 블로그 ‘녹야 조광현’을 통해 24일부로 지식IN을 비롯한 모든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조 할아버지는 그 이유로 “좀 더 살아보려 했는데... (중략) 건강을 너무 돌보지 못한 탓으로 이제 이 세상을 떠날 준비를 해야겠다”고 밝혀 건강상의 문제가 심각함을 짐작케 했다. 

- 이에 네티즌들은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세요 ㅠㅠ (살인탐정 김코난)”, “쾌차하세요 어르신 ㅠㅠ (XX서는아재)”, “정말 나이든다고 누구나 다 지혜가 생기고 훌륭해지고 존경 받을 수 있는게 아니다. 이런 어르신들이 많아져야 하는데... (그런데그것이실제로...)” 등의 댓글로 조 할아버지의 건강을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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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여시 팔리다 - 국내 최대 여성커뮤니티 매각 논란

- DAUM 카페 '여성시대'가 모 화장품 회사에 15억에 매각됐다는 소문이 사실인 것으로 드러나는 모양새다. 여성시대, 줄여서 ‘여시’는 회원수 68만을 자랑하는 국내 최대의 여성커뮤니티다. 여성만 가입할 수 있으며 주로 20~30대 여성들이 활동하고 있다. Daum 카페 중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규모 카페이며, 매일 800만에 가까운 페이지뷰와 10만개 이상의 글이 올라올 정도로 높은 활동량을 보이고 있다.

- 상업화 논란, 남성혐오, 뒤틀린 페미니즘 등의 일부 부작용도 있지만 정보교류를 통한 젊은 여성들의 건강한 사회활동을 돕고 사회문제에 대한 공감대 확산 등 순기능을 해온 여시가 누군가에게 매각된 것 같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1일. 여시 내 게시판지기(게시판 관리자)가 “여시 대빵(카페지기의 닉네임)이 카페 팔 예정인 것 같다”는 글을 올리자 곧 그 글이 삭제되고 게시판지기의 권한이 박탈되는 사태가 일어난다. 그리고 잠시 뒤 “운영 환경 개편을 위해 일부 게시판의 글쓰기가 임시 제한된다”는 여시 대빵의 글이 올라오면서 회원들의 동요가 일어난다.

- 그 때 때맞춰 올라온 한 회원의 고발글. “모 화장품 회사가 여시를 15억에 샀다. 회원들이 알면 탈퇴러시가 일어날 테니 기존 카페지기가 바지사장을 맡아 운영권을 갖되 화장품 회사가 소유권을 갖는 것으로 했는데, 카페지기가 계속 금전을 요구해 외부로 드러났다”는 내용의 폭로였다. 

- 이에 회원들은 발칵 뒤집혔고 카페지기에게 사실확인을 요구한 데 이어 여시비상대책위원회 카페를 개설해 긴급대응에 나서는 등 오늘(24일)까지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 온라인카페의 판매는 사실 법적으로 하등 문제될 것 없으나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될 상업성 논란은 둘째 치고 카페의 주인인 회원들에게 어떠한 통보도 없이 은밀히 이뤄지는 등 배신감 논쟁을 피할 길이 없다. “여시 못 잃어, 민주주의 못 잃어, 대한민국 못 잃어”라는 한 여시 회원의 댓글은 그들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동시에 남초 커뮤니티(남성이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 ‘15억에 팔린 민주주의’, '돈 되는 페미니즘' 운운하는 조롱의 대상이 되는 등 또 다른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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