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일진글로벌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좀 더 나은 복지혜택을 요구하고 있다.

“대기업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용역회사’였어요.”

㈜일진글로벌에서 근무했던 A 씨의 얘기다.

A 씨는 이 회사에 3년 동안 다니다 최근 일을 그만 뒀다.

현재는 청전동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지난시절 일진글로벌에서 근무했던 아픈 기억들을 떠올렸다.

대기업에 입사해 보장된 앞날을 꿈꾸었으나 미래가 보이질 않자 회사를 그만 둔 것.

◆ 소(小)사장들이 임금 지급… 착복의혹 제기

A 씨 등에 따르면 일진글로벌은 직원이 1400여 명이 될 정도로 제천지역에서는 가장 큰 기업이다.

하지만 직원들의 복지상태는 타 업체에 비해 낙후돼 있었다.

근로자들은 2교대 12시간을 기준으로 근무하며 급여는 시급제로 운영됐다.

이렇다보니 법정휴일에도 급여를 받지 못했다. 상여금 또한 없었다.

오로지 일을 해야만 급여를 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일이 없을 때는 출근을 못해 돈을 벌수가 없었다. 한마디로 ‘용역회사’인 셈이다.

근로자들이 가장 불만을 갖는 것은 회사 운영방침이었다.

그것이 바로 ‘소(小)사장제’다.

이 곳에는 총 20여 명에 가까운 소(小)사장들이 있었다.

각 생산 라인마다 사장들이 있는 셈이다.

이들은 제품 생산량에 따라 근로자들에게 급여를 지급했다.

소사장들은 대부분 일진글로벌 본사에서 근무했던 임원진 및 측근들로 구성돼 있었다.

이들은 근로자 시급을 1시간당 1만 원 정도로 책정해 놓고 본사로부터 금액을 받아 근로자들에게는 6000~7000원 정도의 임금을 지급해 주었다.

나머지 차액은 소사장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이 때문인지 근로자들이 퇴사와 입사를 수 없이 반복했다.

현재 남아 있는 근로자들은 생계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하고 있다는 게 근로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A 씨는 “이 업체는 점심, 저녁시간을 30분을 준다. 식당에 가는 시간 등을 따지고 보면, 음식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다. 특히 작업화 하나 지원해주지 않는 것이 더욱 서운했다”고 푸념했다.

이어 “근로자들이 좀 더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천시가 조금만 더 신경 써 주길 근로자들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 씨의 바람과 달리 제천시는 이 업체가“지역경제에 큰 힘이 되고 있다”며 아낌없는 지원을 하고 있다.

◆ 일진글로벌, 시급제는 법적 문제없어

제천시는 지난 2005년 관련 조례에 따라 분양가의 20%인 16억 6800만 원을, 2015년에는 입지불리 보조금 명목으로 6억 1000만 원을 지원했다.

또 향후 1000억 원을 투자해 공장을 확장할 경우, 18억 4900만 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일하는 것에 비해 시급이 적다는 민원이 있지만, 그렇다고 경영에 간섭할 수 없다. 또한 관련조례에 따라 금액을 지원할 뿐 특별히 지원해주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일진글로벌 측도“시급제는 다 그렇다”며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일진글로벌 관계자는 “일진글로벌은 4일 근무하고 2일 쉬며, 3조 2교대로 운영된다. 급여는 소사장들이 알아서 주고 있다. 이 부분은 우리가 법적으로 관여할 일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어 “97%가 몇 년씩 이 곳에서 근무를 한 사람들이다. 3%가 적응을 못해 그만두는 현상을 빚고 있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사장 채용 및 지원금에 대해서도 반감을 나타냈다.

그는 “열심히 일을 한다면 소사장이 될 수 있다는 동기부여를 주기 위해 50% 이상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채용하고 있다. 6억 1000만 원을 지원해 준 부분은 지난해 사업성에 맞지 않아 이자까지 포함해 모두 돌려줬다”고 말했다.

일감이 없어 일을 못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그는 “공정이 바쁘다보니 명절에도 쉴 수가 없다. 심지어 휴가도 못 갈 정도다. 1년 365일 중 360일은 일을 하고 있다”면서 “일감이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제천=정봉길 기자 jb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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