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부자 ‘사유담(史遊談)’> 그리스 신화 속의 콤플렉스

▲ 테베가는길에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고있는 오디세우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Jean-Auguste-Dominique Ingres, 1780~1867)가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설명하는 게 오이디푸스이다.

글을 다 쓰고 퇴고하다가 그만 실수로 날리고 말았다. 인생은 박사학위 논문을 날리면서 시작되고 지식은 하드디스크를 날리면서 쌓인다고 했던가? 이걸 위로라고 적고 있다. 내 인성에 겨우 참고 다시 쓴다.

“오~신이시여! 저도 바쁘답니다”

테베의 라이오스(Laius)왕과 이오카스테(Iocaste) 사이에서 오이디푸스가 태어난다. 신탁에서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라 하여 자식을 두지 않으려 하였으나 그것이 마음대로 되던가?

태어난 핏덩이를 죽이라고 명하면서 얼마나 아팠을 애비 마음이었을까. 그래도 신탁을 무시하지 못하고 아기를 버리게 되는데, 사냥꾼도 방긋 웃는 아기를 차마 죽이지 못하고 나무에 묶어두었다. 그래서 ‘부은 발’이라는 뜻의 오이디푸스가 되었다.

아기는 여기저기 안겨 코린토스 포이보스(Phoibos)왕의 자식이 되었다. 자라면서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소리 듣지 않은 아이가 있을까마는 오이디푸스도 자주 들었던 모양이다. 확실한 걸 좋아하는 오이디푸스는 출생의 비밀을 들으러 델포이로 갔다. 델포이로 가는 길에 마차 한 대가 급하게 내달리며 오이디프스를 하마터면 칠 뻔했다. 너무 놀라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데 마차에 타 있던 노인이 불같이 화를 내며 채찍으로 매질을 하기 시작했다. 오이디푸스는 가뜩이나 맘도 안 좋은데 노인의 무례함에 채찍을 빼앗아 힘차게 당겼다. 그랬더니 마차가 뒤집어지며 노인과 시종이 죽고 말았다.

죽일 의도는 없었는데 일이 이렇게 흘러가 버렸다. 가던 길을 재촉해 신탁을 들어보니 자신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다고 했다. 너무 놀라 코린토스로 가지 않고 테베에 들어가는데 성문 위에서 예쁘장한 얼굴에 사자 몸을 하고 있는 스핑크스가 수수께끼를 맞추지 못하면 테베로 들어갈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괴물치고는 귀여운 시험이었다.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인 것이 무엇이냐?”

“사람이지. 아기 때는 네 발, 자라서는 두 발, 노인이 되면 지팡이를 짚으니 세 발이잖아”

대답이 끝나자 스핑크스는 그 자리에서 돌이 되어 죽었다는데 다소 싱거운 결말이다. 우리는 이미 답을 알고 있기 때문일 거다. 이 사건으로 오이디푸스는 테베의 왕이 되었고 홀로 된 이오카스테 왕비와 결혼해 두 아들과 두 딸을 낳았다. 선정을 펼쳐 나라를 안정시켰음에도 웬일인지 돌림병이 끊임없이 찾아왔다. 이 또한 신의 도움을 들어보기로 하는데 신탁에서는 라이오스 왕을 죽인 범인을 찾아 벌하면 역병이 물러날 것이라 했다.

그 때 오이디푸스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던 사냥꾼들이 나타나 오이디푸스가 코린토스로 가게 된 사정과 라이오스가 스핑크스를 처치하기 위해 델피에 가던 중 죽임 당한 모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제야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죽인 노인이 아버지이며 자신의 부인이 어머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더러운 팔자를 이겨내지 못하고 저지른 끔찍한 상황이 두려워 아내이자 어머니인 이오카스테의 브로치를 뽑아 눈을 찔러 장님이 되었다. 그리고 그는 평생 인생을 저주하며 세상을 떠돌았다. 신탁은 옳았다. 운명은 바뀌지 않았다.

막장 드라마는 끝없이 리메이크됐고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1939)는 어린 아들이 어머니를 독점하기 위해 아버지를 경쟁자로 여긴다는 ‘오이디푸스콤플렉스’를 신화에서 차용하였다.

과연 그럴까? 아빠를 더 좋아하는 아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올드보이의 입을 잘못 놀려 끝내 딸을 범하게 되는 ‘오대수’라는 이름이 오이디푸스에서 왔다.

▲ 견고함을 자랑하는 미케네 성벽.

◆엘렉트라 콤플렉스(Electra complex)

아들이 아버지를 경쟁자로 여겨 미워하는 것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 한다면 딸이 어머니를 경쟁자로 여겨 미워하는 것을 엘렉트라 콤플렉스라 한다.

엘렉트라는 아가멤논(Agamemnon)의 딸이었다. 아가멤논은 10년 간의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돌아와 레드카펫을 깔고 남편을 환대하는 부인 품에 안겼다. 그리고 얼마 후 부인 클리타임네스트라(Klytaimnestra)는 정부 아이기스토스(Aegisthus)와 짜고 무장해제 후 쉬고 있는 남편 아가멤논을 죽였다.

이유는 있다지만 꿈에도 그리던 아버지가 죽는 모습을 지켜 본 딸 엘렉트라는 먼저 남동생을 국외로 숨겨 뒷날을 기약한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 돌아 온 동생 오레스테스(Orestes)와 함께 어머니를 죽여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어드린다.

참 막장 집안이다. 이 집안 조상님이 아들을 잡아서 신들에게 바쳤던, 그래서 굶어죽는 형벌을 지금도 받고 있다는 탄탈로스(Tantalus)이다. 탄탈로스 이후로 펠롭스(Pelops), 니오베(Niobe), 아트레우스(Atreus), 아가멤논, 엘렉트라, 오레스테스까지 참 다양한 방법으로 저주를 받는다.

저주 종합세트가 그것도 한 가문에서 발생하는데 끝은 다행히 해결했다는 결말이다. 이렇게 저주를 받는 이유는 거대한 죄를 지었기 때문이다. 그 무서운 죄는 가족을 죽이는 것과 배신이었다.

복수의 여신들인 에리니에스(Erinyes)가 끝까지 따라가 응징하겠다는 걸 보여주는데, 그리스가 중요시 여긴 가족과 의리를 머릿속에 각인시킨 것이었다. 그러나 돌아보면 우라노스(Uranus), 크로노스는 아들에 의해 죽임 당했고 제우스 역시 아버지를 죽이고 또 아들에게 제거당할 것이라는 신탁을 받았다. 그러나 그 자식이 누군지 몰라 지금도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신화는 뿌린 대로 거두는 권선징악이다.

▲ 그리스 중부 보이오티아에 있던 옛 도시 테베. 그리스어로는 ‘Thebai’라고 한다.

◆테베의 그 많은 유적은 어디갔노?

지금 현지 언어로 ‘시바’. 우리가 신화 속에 테베라고 하는 곳이다. 동생 에우로페를 찾으러왔던 카드모스가 정착한 땅, 헤라클레스가 태어난 땅, 오이디프스가 눈을 멀게 하고 인생을 저주한 땅. 어느 곳에나 등장하는 테베에는 그리스에서 흔하디흔한 신전마저도 없다.

모두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테베는 널찍한 평원이다. 이곳을 지나면 끝없이 북쪽으로 펼쳐진 산이 코카서스에서 멈춘다. 그리고 이 땅은 우리나라 천안처럼 어디를 가도 거쳐가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이야기 속에 자주 등장하는가보다.

페르시아전쟁에서 그리스를 배신하고 페르시아 편에서 싸우기도 했었다는데, 혹이 괘씸죄로 역사가 지워졌을까?

아무것도 두렵지 않으나 역사에 기록될 것이 두렵다던 연산군처럼 역사의 복수였을까? 잊혀져버린 나라?

속사정은 모를 일이지만 기대한 것 대비 실망한 지역 테베였다. 실망이라니…설마 오이디푸스가 커피라도 배달할 줄 알았던겐가? 여행은 때론 환상 깨기일 때가 많다. 하지만 돌아오면 모험과 신비의 나라로 윤색이 되니 걱정 없다.

글·사진=김기옥 님(협동조합 사유담(史遊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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