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73편에 소멸·생성의 미학 담아
'세상 그대로의 아름다움' 드러내

장안사 범종 소리

회룡포를 적시고

법당 안 볼 고운 방년

눈물 속의 독경 소리

사랑을

못 태운 마음

솔향에 젖어 흐른다

-‘미완’ 전문
---------------------

‘아직도 팔팔한 나이, 그런데 해놓은 게 없다. 거기다 내 시는 언제나 약관(弱冠)이다. 오늘도 내일도 헛발질만 계속하고 있는 자신이 부끄럽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도 있다지만 그는 만년 문학청년인가 보다. 어느덧 7학년의 반열에 오른 그가 스무살 시절로 돌아간 듯 설렘으로 가득한 시심을 터뜨리며 감사와 기쁨, 축복을 노래하기 때문이다.

충남 당진이 고향인 하정(夏情) 문희봉(文熙鳳) 시인이 2017년 봄을 맞아 다섯 번째 시집 ‘당신을 닮았습니다’(도서출판 이든북)를 상재했다.

시인은 제1부 망부석, 제2부 흙집, 제3부 손녀가 준 선물, 제4부 인생은, 제5부 생선 맛있게 먹는 법, 제6부 오직 한 사람 등으로 구성된 이법 시집에 총 73편의 작품을 담아 감성에서 뽑아 올린 소멸과 생성의 미학을 드러낸다.

만물을 소생시키는 지심(地心)과 같은 온기를 머금은 그는 생활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소재라 할지라도 감성으로 다듬고 투철하면서도 신명나는 작가 의식으로 갈무리해 보석처럼 영롱한 수작을 독자들에게 선보였다. 또 어두움을 걷고 밝음을 지향하며 세상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지적인 혜안으로 관조의 대상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통해 내면적 미의식을 표출한다.

충남도교육청 장학관, 중등학교장을 역임한 문희봉 시인은 1988년 ‘월간에세이’, 1989년 ‘한맥문학’에 각각 수필과 시를 추천받아 등단했다.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대전수필문학회장, 대전문인협회장 등을 지낸 그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우수작가, 한국현대수필가 100인 등에 선정됐고, 소운문학상·대전문학상·진로문학상·대전시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시집 ‘지천명의 노래’, ‘천리향’, ‘일출’, ‘상처의 향기’, 수필집 ‘작은 기쁨, 큰 행복’, ‘감나무 위에서의 명상’, ‘페달을 밟으며’, ‘아마릴리스’, ‘수채화 같은 세상’, ‘자연이 들려주는 오케스트라’, ‘겨울이 춥지 않은 이유’ 등이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