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북부지역을 중심으로 극심한 가뭄이 계속되면서 농업인들 사이에 이른바 ‘물꼬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가장 물이 많이 필요한 모내기철을 맞았지만 가뭄이 지속되면서 논물대기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농업인들 사이에 자기 논에 먼저 물을 대기 위한 경쟁이 다툼으로 비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농촌 현실에서 인심까지 흉흉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올 들어 충남도내에 내린 누적 강수량은 143㎜로 평년 236.6㎜의 60.2%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충남 서북부권에 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보령댐의 저수율은 지난 21일 현재 10.9%로 떨어졌으며 도내 898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훨씬 낮은 54.9%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같은 가뭄으로 인해 모내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24일 현재 도내 모내기 실적은 46.18%에 머물고 있다. 특히 고지대 논이나 천수답의 경우는 자칫 잘못하면 물 부족으로 인해 제때에 모내기를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농민들이 자신들의 논에 물을 먼저 대기위한 물꼬싸움이 잇따르는가 하면 관정 개발을 둘러싼 분쟁도 속출하고 있다. 중부지방의 경우 늦어도 6월 초까지는 모내기를 해야 하는 데 가뭄이 지속되면서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진 농민들의 분쟁도 잦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단순한 시비차원을 넘어 폭행사건으로 비화되기도 해 농촌인심마저 흉흉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농민들이 물꼬싸움까지 하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은 적기의 모내기가 한 해 농사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지하수 사정이 좋은 논은 벌써 물을 대서 모를 다 심었는데 물이 없어 써레질도 못한 농민들은 수리시설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 물꼬싸움이 벌어지는 주요 원인이다.

물꼬싸움은 농업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옛날부터 있어왔다. 이에 따라 수리시설 운영에 대해 나름대로 규약을 정해 물 관리를 해오고 있지만 아직도 불합리한 부분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특히 일부 지역의 경우 양수장 전기료나 시설 개보수 등을 놓고 갈등까지 빚어지고 있다.

일선 시·군 등 행정기관은 농민들의 물꼬싸움을 가뭄 때면 으레 있는 일로 치부하지만 말고 적극 조정에 나서야 한다. 수리시설에 대한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 개입해 개선해주는 한편 관정개발 등 양수시설 지원에 있어서도 우선순위를 분명히 따져 갈등요소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관의 행정이 과거 소극적인 행태에서 벗어나 주민들 간의 분쟁까지도 파악해 해소시켜주려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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