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장애인 부부 7쌍 합동결혼식
서로의 손·발이 돼 백년해로 꿈꿔

24일 대전 서구에 위치한 더오페라웨딜컨벤션에서 제19회 대전장애인 합동결혼식이 열려 7쌍의 장애인 부부가 주례사를 듣고 있다.

경제적 사정 등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장애인 부부 7쌍이 24일 오전 10시 대전 서구 더오페라웨딩컨벤션에서 합동결혼식을 올렸다. 대전지체장애인협회가 주최해 올해로 19회를 맞은 이번 장애인 합동결혼식은 신체장애인 및 가족, 자원봉사자 등 500여명의 축하 속에서 이뤄졌다. 또 참가하는 모든 부부에게 예식장 제공은 물론이고 2박 3일 제주도 신혼여행, 웨딩촬영, 신부 드레스와 신랑 턱시도, 혼수품 등이 무료로 지원됐다.

결혼이란 하늘에서 맺어지고 땅에서 완성된다고 한다. 혈액투석을 하며 만난 인연으로 서로의 눈과 발이 된지 어느덧 9년, 비로소 신랑 정상덕(55) 씨와 신부 조여옥(40) 씨는 이곳에서 백년가약을 맺을 수 있었다. 겉보기에 비장애인과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이 부부는 신장장애 2등급이다. 상덕 씨는 이미 수년전 한쪽 시력을 잃었고 최근 다른 쪽 눈마저 제 역할을 다해가고 있다. 여옥 씨는 거동이 불편해 남편의 도움 없이는 외출이 불가능하다. 이들 부부는 일주일에 세 번씩 혈액투석을 하며 병마와 싸우고 있지만 이날만큼은 장애인도 환자도 아닌 부부였다.

또 다른 새신랑 박재석 씨의 발걸음에선 듬직함이 묻어났다. 홀로 예식장을 찾은 이정혜(81) 씨는 그런 막내 아들을 보며 연신 눈물만 흘렸다. 그녀는 재석 씨에겐 늘 미안함 뿐이라며 “아홉이나 되는 형제의 막내로 태어나 장애를 갖고도 지금까지 잘 버텨줬다. 지난해 큰 형이 세상을 먼저 떠나자 아픈 몸을 이끌고 매일 같이 찾아와 어미를 챙긴 아들이다”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24일 대전 서구에 위치한 더오페라웨딜컨벤션에서 제19회 대전장애인 합동결혼식이 열려 7쌍의 장애인 부부가 이날 행사를 찾은 하객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이날 결혼한 부부와 아무런 연이 없지만 예식장을 찾은 이들도 있다. 대전지체장애인협회 회원들은 같은 장애인이란 이유만으로 가족이라 자처하고 나섰다. 읍내동 대표는 “매번 합동결혼식이 치러질 때마다 이렇게 초대를 받아 빈 가족석을 채우고 있다”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막상 결혼식 당일이 되면 결혼자의 가족이나 하객을 찾기란 쉽지 않다. 나 또한 장애인으로서 그 아픔을 알기 때문에 연이 없어도 축하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며 소회를 밝혔다.

박태규 대전지체장애협회장은 “장애와 차별이라는 환경 속에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자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며 “여전히 우리 사회에 경제적 사정 등으로 결혼식 자체를 꿈꾸지 못하는 장애인이 많다. 이런 행사가 많이 알려져 우리 지역사회 장애인에게 희망찬 미래를 선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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