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북부지역을 중심으로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 농업인들 사이에 ‘물 분쟁’이 잇따르는 등 농촌 인심마저 흉흉해지고 있다.

24일 지역 농업인과 충남도 등에 따르면 모내기철 도내 서북부권의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농업인들 사이에 ‘물꼬 다툼’ 등이 빈발하고 있다.

올 들어 도내에 내린 누적 강수량은 143.4㎜로, 평년(236.6㎜)의 60.2% 수준에 그치고 있다.

충남 서북부권에 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보령댐 저수율은 지난 21일 현재 10.9%로 떨어졌으며, 도내 898개 저수지 평균 저수율도 지난해 같은 기간 85.2%의 67.4% 수준인 54.9%에 불과하다.

지속되는 극심한 가뭄으로 모내기철을 맞은 농촌지역에서는 논물대기에 비상이 걸렸다. 고지대 논이나 천수답 등 일부 논은 농업용수가 부족해 모내기를 차일피일 미루거나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내 모내기 실적은 24일 현재 46.18%로, 절반 이상의 논이 아직까지 모내기를 끝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면서 농촌지역에서는 논에 물을 대기 위한 물꼬 싸움이 잇따르는가 하면 관정 개발을 둘러싼 분쟁도 속출하는 등 공동체 의식 속에 생활했던 농촌 인심이 사나워지고 있다.

홍성군의 한 마을에서는 자기 논에 먼저 물을 대려는 이웃 농민들 사이에 물꼬 싸움이 벌어져 폭행 사태로 비화하기도 했다. 또 다른 마을에서는 새로 개발되는 농업용 관정을 주변에 있는 관정보다 더 깊이 파는 바람에 기존의 관정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시비가 붙기도 하는 등 가뭄으로 인한 ‘물싸움’이 빈발하고 있다.

중부지방의 경우 고품질의 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6월 초까지 모내기를 마쳐야 하지만 당분간 큰비가 내리지 않을 것으로 예보되고 있어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진 농민들의 ‘물 분쟁’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농업인 이 모(65·홍성군 구항면) 씨는 “극심한 가뭄으로 논에 물을 대기 어려워져 제때 모내기를 하지 못한 농민들의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상태”라며 “가뭄이 훈훈했던 농촌의 인심마저 앗아가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충남도 관계자는 “지속되는 가뭄으로 일부 농촌에서 모내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물꼬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며 “가뭄이 지속될 경우 6월에는 더욱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돼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농업인들이 가뭄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저수지 준설과 관정 개발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내포=이석호 기자 ilbolee@ggilbo.com
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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