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가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한 모델 구축에 나선다. 지역 내에서만 통용되는 화폐를 만들어 지역 자금이 밖으로 빠지는 것을 막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가 선순환할 수 있게 하고 이 과정에서 단절된 이웃 간 소통을 회복시키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대전엔 전국에서 손꼽히는 지역화폐가 있다. 1999년 시작된 한밭레츠의 ‘두루’다. 두루는 지역화폐의 가장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손꼽히면서 타 지역에서도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시스템이 비교적 잘 구축돼 있다. 두루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노동과 물품을 이를 필요로 하는 다른 사람에게 제공하고 자신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필요한 노동과 물품을 제공받는 다자 간 품앗이를 기반으로 한다.

유성구 어은동에선 청년을 중심으로 마을 경제를 살리기 위한 움직임도 감지된다. 어은동에 커뮤니티 공간인 벌집을 중심으로 마을 공동체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비영리민간단체 청년고리의 구성원들은 마을 사람들의 짙은 경계심을 풀어내고 몇몇의 가게들을 직접 섭외해 ‘안녕가게’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공유마을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와 함께 정기적으로 중고장터를 열어 안녕가게 어디서든 현금과 동일한 가치로 사용할 수 있는 ‘꿀’이라는 지역화폐를 지급했다. 지역 내에서 소비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시가 지역 순환경제와 협력적 소비문화 확산에 나섰다. 시는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해 연말까지 사업비 1200만 원을 투입하기로 하고 지난 17일 공모를 거쳐 중구 2개(Peto사회적협동조합, 스쿨B), 서구 1개(서클공동체) 등 세 곳의 지역 공동체를 선정했다. 해당 공동체는 300만 원의 사업비와 함께 올해 11월까지 지역화폐 공동체 학습 및 컨설팅, 화폐제작·시스템 구축 등의 지원을 받는다.

선정된 곳은 공동체별 특색을 고려한 맞춤형 사업을 펼치게 된다. 우선 중구의 2개 공동체는 지역화폐에 대한 인식이 미비한 탓에 이를 제고하는 차원에서 교육 사업을 위주로 사업을 진행한다. 대흥동의 Peto사회적협동조합은 지역화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마을 활동가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지역화폐의 가능성을 주제로 하는 강의와 주민들 간 공론화의 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문화동을 중심으로 한 스쿨B는 교육단체들과 연계해 교육화폐를 발행한다. 금전적 부담으로 충분한 교육기회를 얻지 못했던 사람들이 교육 기회를 스스로 선택하고 그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거다. 서구 탄방동의 서클공동체는 마을 상권을 대상으로 사용하는 풀잎화폐를 만든다. 기존 시장에서 소외받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경제활동을 부여하고 잉여시장을 확장시켜 공급과잉 문제를 해결해 통합경제시스템을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사업 실무를 담당하는 사회적자본지원센터 관계자는 “사업을 통해 지역화폐에 대한 지역민의 관심을 고취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이번에 잘 추진해서 내년엔 대전에서 지역화폐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한밭레츠, 벌집 등 역량 있는 곳과 새롭게 등장한 마을 공동체가 만날 수 있는 다리를 놓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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