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전 골령골의 비극, 슬픔과 위로를 고하다

대전 산내 민간인 학살사건 위령제가 27일 대전 동구 산내 골령골 추모공원에서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전우용 기자 yongdsc@ggilbo.com

 

단비로 젖었던 낭월동 131-1번지 땅 위로 따사로운 빛이 내리쬈다. 67년 전 이 땅에서 비극 속에 묻힌 이들을 위로하고자 모인 사람들은, 진실이란 빛줄기 아래 ‘어둠 속에 묻혀 있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이 조금이나마 밝혀졌음’을 희생자들에게 고(告)했다.

27일 오후 대전산내골령골 추모공원에서는 ‘제67주기 18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열렸다. 이날 모인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을 비롯한 수백 명의 참석자들은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의 안식을 기원했다. 위령제를 시작하기에 앞서 한 유족회 사람들은 추모공원 한 곳에서 희생당한 조상들을 위한 제를 올렸다. 이들은 제를 위한 제복을 갖춰 입고 수박, 참외, 배 등 싱싱한 과일과 고기, 떡 등 푸짐한 음식을 준비하며 조상들의 넋을 기렸다.

잠시 후 무용가의 진혼무를 시작으로 합동위령제는 시작을 알렸다. 참석자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채, 슬픔을 위로하는 무용가의 춤사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삼베옷에 백발이 성성한 노인부터 ‘애도(哀悼)’의 검은 리본에 정장을 차려입은 젊은이까지 아직 ‘아물지 않는 상처’를 지켜봤다.

이후 김종현 산내유족회회장의 초헌을 시작으로 아헌, 종헌 등 헌작(제사 때 술잔을 올리는 것)이 이어졌다. 술 잔을 올리는 것과 함께 이어진 독축(제례에서 축문을 읽는 것)에서 이들은 “산내학살의 진실을 오랜 시간 밝히지 못한 불효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지난 2011년 6월 22일 67년 전의 비극은 국가에 의한 명백한 범죄행위임이 세상에 밝혀졌습니다. 이제 어둠 속에 묻혀 있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이 조금이나마 밝혀졌음을 고합니다”면서 “지난날의 무력하고 무성의했던 저희들의 죄를 다시 머리 숙여 용서를 빌며 영현들의 해원안식을 간절히 축원합니다”고 전했다.

이날 “잘못된 과거사는 결코 저절로 사라지는 법이 없다. 이를 제대로 조사하고,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풀어야만 우리가 더 나은 미래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권선택 대전시장의 추도사와 “선량한 민간인들의 희생은 이미 과거의 역사가 됐지만 가슴 아픈 역사일수록 반성하고 수습하며 치유하려 노력할 때 역사는 올바른 방향을 향해 나갈 수 있다”는 김경훈 대전시의회 의장의 추도사 등 각계 기관장들의 위로와 변화를 갈망하는 글은 희생자들의 유가족에게 따뜻한 무엇이 됐다.

‘67년 전 산내에서의 억울한 죽음’에 대해 국가차원의 책임을 기대케 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한현택 대전 동구청장은 “이곳 곤룡골에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희생자 전국단위 위령시설’을 유치했다. 머지않아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역사적 상징을 아우를 수 있는 복합기능의 추모공원이 들어설 것”이라며 “추모공원이 억울한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유가족의 상처를 치유하는 한편, 국민적 화해와 상생의 장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구청장으로서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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