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안에 잠복해 있는 결핵균을 잡기 위해선 1~2가지 약을 3~9개월 동안 투약받아야 한다. 성인이라면 대수롭지 않을 수 있는 기간이지만 영유아에겐 무겁게 느껴진다. 영유아의 경우 한 명이 감염되면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100명 이상에게 전염될 수 있다. 서울의 한 병원 신생아실에서 결핵에 걸린 간호사를 통해 잠복결핵에 감염된 영유아 수다. 해당 간호사는 지난해 11월 입사한 뒤 현재까지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다. 정기 건강검진이 의무인데 1년 안에만 받으면 되는 시스템이 낳은 부작용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해에선 초등학교 교사가 결핵 판정을 받은 데 이어 학생 23명 역시 잠복 결핵에 걸린 바 있다.

대전지역에서도 과거 신생아실에서 근무하던 간호조무사가 전염성 결핵 판정을 받으면서 접촉 가능성이 있는 영유아 300여 명에 대한 결핵 및 잠복결핵감염검사가 이뤄지기도 했다. 당시 해당 간호조무사는 비전염성 결핵으로 진단받았으나 전염시킬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이후 객담 배양 검사 결과에서 결핵균이 확인된 것이다.

이처럼 잠복결핵 집단 사태 등이 발생하면서 보건당국이 구체적인 감염 방지 대책 마련에 나섰다.

27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산후조리원, 분만전문병원 등에서 발생하는 결핵 감염 사태를 막기 위해 결핵예방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의료기관 등에서 의료인 등을 신규 채용하는 경우 입사 또는 임용 후 1개월 내 의료기관장 등이 결핵검진을 받아야 한다. 또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고위험분야 종사자의 경우 검사를 실시하기 이전엔 해당 업무에 배치할 수 없도록 했다. 현행법상 의료기관장 등이 종사자 및 교직원에게 결핵 및 잠복결핵검진을 연 1회 실시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취업 당시엔 결핵검진 의무화가 아니다. 결핵감염 여부를 알 수 없는 허점을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잠복결핵은 몸 안에 있는 결핵균이 발병하지 않은 상태로 10% 정도는 결핵으로 이어지고 특히 영유아의 경우 성인에 비해 발병률이 최대 5배나 높다.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결핵에 걸린 의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인은 약 140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실제 발현된 영유아 결핵환자는 142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대전·충남지역 영유아는 각각 7명, 3명, 보건의료인은 50, 3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6월 기준 대전은 9명, 충남은 6명이다.

대전시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무료 결핵 이동검진을 진행하고 있으며 결핵 조기 발견과 집단시설 결핵 감염 방지의 일환으로 병원급 의료기관과 어린이집, 사회복지시설 종사자들에 대한 잠복결핵검진사업을 펼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지역 내 새로운 환자 수는 지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 접근성부터 한 번 감염된 사람도 면역이 저하되면 재감염의 우려가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결핵검진과 치료, 관리를 지속적으로 확대한 결과”라며 “의료기관이나 어린이집 등 취약계층 종사자 잠복결핵 검사를 계속하고 있으며 오는 9월부턴 공·사립 모든 교직원을 대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잠복결핵감염 검사를 통해 조기진단에서 치료 권고까지 질병 확산방지 및 예방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관묵 기자 dhc@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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