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까지만 해도 어린 학생들에게 문구점은 준비물을 사기 위해, 군것질을 하기 위해 하루에 한 번은 꼭 들리는 필수 코스였다. 그러나 이 문구점들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 문구점이 점차 추억속으로 사라지고 있는 거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990년대 무려 3만여 곳에 달하던 문구점은 2007년 1만 9617곳으로 줄었고 이후 하향세를 지속하다 지난 3월 말 기준 9918곳으로 급감했다. 급감의 수준을 넘어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문구점이 영영 자취를 감출 수도 있다.

문구점이 위기를 맞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가장 큰 이유는 2011년 일선 학교에서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학생들에게 기본 학용품과 학습 준비물을 최저가 입찰을 통해 일괄 구매해 지급하는 ‘학습준비물 지원 제도’다. 학생들이나 학부모에겐 편리한 제도가 역으로 문구점 운영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한 거다. 더구나 문구점 업주들은 대형 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학습 준비물 지원 제도에 참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문구점 업주 박 모 씨는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우리 같은 영세한 점포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가게 유지가 어렵다. 제도를 훼손하지 않은 방향에서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논의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또 다른 이유는 문구점을 굳이 찾을 필요가 없어진 환경 변화다. 요즘은 웬만한 편의점이나 근처 대형마트에 가도 쉽게 문구류를 접할 수 있다. 굳이 학교 앞, 동네 문구점에 갈 필요가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IT 기술의 발달과 함께 밖에 나가지 않아도 급하지 않은 건 손쉽게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가뜩이나 존폐 위기에 놓인 문구점 업계 입장에선 점입가경인 셈이다. 대덕구 중리동에서 문구점을 경영하는 김 모 씨도 하루하루가 고민이다. 김 씨는 “요즘 사람들은 문구점에 오지 않는다. 웬만한 학용품들은 대형마트에서 싸게 사거나 인터넷으로 사니까 여기서 학생들이 주로 찾는 건 군것질거리 정도다. 정말 문을 닫아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제 설 자리를 잃어가는 문구점들을 살릴 수 있는 정책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대로 가다간 우려가 곧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성원 전국문구점살리기연합회 사무국장은 “문구 입찰 자체가 상대적으로 대형업체 위주로 전개되는 탓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일반 동네 문구점들은 참여 자체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런 부분을 개선해서 차라리 보육비를 주는 것처럼 준비물 예산을 학교가 아닌 학부모에게 직접 지급해 동네 문구점에서 구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의 사업 확장으로부터 중소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적합업종제도의 보완 필요성도 강조했다. 현재 문구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형마트 등에 일정 부분 규제가 이뤄지고 있지만 그 수준이 워낙 낮기 때문이다. 이 사무국장은 “적합업종제도 자체가 사실상 실효성이 많이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강제성도 없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개선해서 조금 더 강한 규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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