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참된 꿈 참을 수 있게, 선생님은 거들 뿐

학봉초등학교는 계룡산 동학사 근처에 소재한 작은 학교이다. 대도시 근처에 위치해 학생들의 유출이 많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복식학급이 운영돼 통폐합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던 학교이기도 하다. 그러나 새로운 학교를 만들고자 하는 구성원들의 의지에 힘입어 점차 달라지기 시작했고 학생수가 지난해 40명에서 올해 56명으로 14명이나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학봉초등학교는 2017년 행복나눔준비교(충남형 혁신학교)로 선정됐다. 행복나눔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3가지 원리인 학교 운영체제 혁신, 학교 교육력 강화, 교육과정·수업 혁신을 위해 교사 학습공동체 ‘망고모임’을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망고모임은 교육을 멀리 내다보고‘망(望)’, 곰곰이 생각하는‘고(考)’ 모임이란 뜻이다.
 

망고모임은 매주 수요일에 이루어진다. 주별로 주제중심 수업 나눔 및 연구, 배움 성장 나눔의 강사 초빙 연수, 혁신학교 독서 토론 활동, 감성을 깨우는 문화·예술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망고모임의 가장 중요한 활동은 교육의 본질, 수업 나눔이다. 망고모임 내에서도 수업친구가 있다. 유치원과 전담교사를 포함해 학년 군별로 3개의 수업 친구가 있다. 이 수업 친구끼리 민낯 수업 나눔, 일상 수업 나눔을 하고 있으며, 직접 수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 수업을 녹화해 망고모임 밴드에 올려 함께 공유하고 성찰하며 고민하고 있다. 망고모임 밴드를 이용해 본인이 한 수업이 아니더라도 함께 고민하고 나누고 싶은 주제가 있으면 글을 올려 다 같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고 있다. 수업 나눔을 할 때 한 학년이 1학급인 작은 학교에서는 같은 학년이 없어 수업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망고모임에서는 학년군별 프로젝트 수업을 추진하고 있다. 학년군별로 공통 주제를 선정하고 수업을 구상해 함께 수업을 준비하는 것이다.

배움 성장 나눔의 강사 초빙 연수는 충남교육연수원에서 실시하는 연수와 학기 중에 실시되는 단기 연수를 적극 활용해 교사들이 함께 연수를 받고 있다. 교육연수원에서 실시하는 방문형 연수도 2학기에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혁신학교, 과정중심 상시 평가, 학생성장발달책임교육에 대해 고민해보고자 공통연수를 정해 60시간 이상의 연수를 듣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상의하며 연구해 나가고 있다. 망고모임은 연수를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연수에서 배운 내용을 학교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고민한다. 연수 후 학교 시그널을 정한다든지, 주의가 산만한 학생들을 위한 스트레스 볼을 구입한다든지, Q&E 학습 활동을 수업에 적용해 보는 등 직접 학교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혁신학교 독서 토론 활동으로는 서점을 방문해 함께 공부할 교육 관련 도서를 선정한 뒤 독서 토론을 하고 있다. 특히 독서 토론 활동에서 결정된 것은 학교생활에 적용하려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 논의되었던 것은 애블린 페러독스(대화와 소통의 부재로 인해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하게 되는 것)이다. 대화와 소통이 되지 않아 불필요하게 하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보고 소통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 있을지를 고민해보기도 했다. 이러한 논의들은 학교장과 전체 회의 시간에 상의해 실제로 학교 문화를 민주적으로 바꿔 나가는 데 밑거름이 되고 있다.

감성을 깨우는 문화 예술 활동으로는 근처 학교와의 교육과정 공유와 친목을 위한 체육활동, 교육가족이 함께하는 서점 방문, 교직원들의 육체적, 정신적 체력 증진을 위한 행사 등 교내 친목행사와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

작은 학교에서의 교사 학습공동체 운영은 쉽지 않다. 교사당 업무 부담이 큰 학교의 2~3배가 되기 때문이다. 평균 22시간 이상의 수업을 하며 과중한 업무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교사 학습공동체에 참여해 연구까지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망고모임은 ‘무엇을 줄일까?’를 고민하고 있다. 올해 학교교육과정 계획 시 대회나 행사를 대폭 축소했고, 꼭 해야 하는 교육이나 행사는 함께 묶어 실시했다. 최근 가진 체육대회와 흡연 예방 교육을 병행해 학부모 및 지역 주민에게도 널리 홍보했으며 망고모임에서 실시하는 독서 토론 활동 시 서점을 방문해 학교 도서실 도서 정보를 검색하고 학년성에 맞는 도서도 선정하는 도서 선정 회의도 함께 했다.

망고모임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민주적인 회의 문화를 위해 회의 규칙도 정해야 하고 교사들이 함께 키워드 수업안을 만들어야 하며 내년을 위한 교육과정도 재구성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행복나눔학교 만들기를 책으로 제작해 보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갈 길은 멀지만 망고 모임 교사들은 공동체 의식을 갖고 유치원부터 1~6학년 담임교사, 전담교사까지 서로 격려하며 수업과 학교 문화 혁신을 위한 관심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류순이 교장은 “비록 학생 수가 많지 않은 작은 시골학교이지만 작은 학교만의 특색과 장점이 있다”면서 “교사들의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연구, 변화에 대한 구성원의 열정과 의지를 묶어 내실 있고 특색 있는 행복한 학교 만들기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ilbolee@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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