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어떤 영화를 본다. 대통령, 정치인이 아닌 한 '사람'의 이야기. 어쩌면 보통이 아닌 보통사람의 이야기. 영화를 보는 내내 떠오른 노래. 그 영화엔 한 번도 나오지 않았지만 머릿속과 귓가를 지배한 노래.
김광석 목소리.

#. 편지 1

근데, 광석이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대니?
야, 우리 광석이를 위해서 딱 한 잔만 하자.

박찬욱 감독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절정으로 치닫는 타임라인. 곧 이별을 앞둔 남북한 병사 4명, 송강호 이병헌 김태우 신하균. BGM으로 흐르던 선율에 송강호, 오경필 중사가 김광석을 이야기한다.

분단, 판문점, 초소, 군대, 군인, 남북한… .
영화 연관어들과 절묘하게 엮인 BGM은
이별 상황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고,
곧 들이닥칠 클라이맥스로 영화를 이끈다.
이등병의 편지. 
(전곡듣기) 

 

 

대한민국 남자들의 인생을 노래하는 김광석.
김광석의 노래를 좋아하고, 좀 부를 줄 안다고 하는 이들은 대부분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열창한다. 어떤 특별한 날.

알코올음료가 더해지면 더더욱 감정은 몰입되고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꿈이여, 부분에서
한두 방울의 맑은 액체와 여러 장면들이 오버랩 된다.
부모님, 가족, 애인, 친구들의 얼굴… .

고전적이긴 하지만, 김광석의 노래는 그렇게 이 땅 남자들의 송별회를 어루만져 준다. 입대를 앞둔 이들에게 동감을, 전역자들에겐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다.

윤도현이 먼저 불렀다고도 알려진 이 노래는 1992년 4월 김광석의 리메이크 앨범 다시 부르기에 수록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윤도현 1집의 명곡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만든 김현성이 작사/작곡한 노래다.

#. 편지 2

다시, 공동경비구역 JSA.
한 바탕 비극적인 거사를 치른 남한 병사 이병헌과 김태우는 다시 그 다리를 건너간다. 
이병헌, 이수혁 병장과 김태우, 남성식 일병은 사이렌 소리를 뚫고 복귀를 시도한다.
하지만 부상을 입은 이수혁은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고 ….

이 클라이맥스 장면을 더욱 격정적으로 구성하는 BGM.
김광석이 부르는 '부치지 않은 편지'다.

노랫말 원작은 정호승 시인의 시로 알려져 있고, 시인이자 노래꾼인 백창우 씨가 곡을 붙였다. 김광석이 생전에 발표하지 않았던 곡이지만, 1996년 그의 사후 추모 앨범인 '가객'에 수록됐다. 발표 당시엔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아는 사람만 아는' 노래였으나 이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통해 대중에게 크게 알려졌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당시 서울역 분향소에서 추모곡으로도 사용되며, 각종 추모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 마지막 노랫말 '그대 잘 가라' 영향이 크다.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이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 보지 말고 그대 잘가라

이 노래를 들으며, 다시
인간 노무현을 생각한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