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서 친구들 간 다툼이 발생했다. 학교는 즉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를 열었고, 학폭위는 가해학생에게 가장 낮은 징계인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로 마무리했다. 하지만 가해학생 학부모는 학폭위의 결정에 불복, 대전시교육청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심판 결과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결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 대전의 한 중학교에서 폭행사건이 발생했다. 학폭위는 가해학생에게 징계 조치했지만, 피해학생 학부모는 징계수위가 낮다며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행정심판 결과를 수용하지 않은 이 사안 역시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학부모 간 법정 다툼이 벌어지는 동안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은 화해해 친구로 지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친구들 간 다툼이 어른들의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법정에서 만나기도 한다. ▶관련기사 5면

학생 사이에서 크고 작은 다툼이 생기면 학교는 즉시 학폭위를 열고, 학폭위 개최 순간 가해자와 피해자가 발생한다. 피해학생 부모는 가해학생이 강력한 처벌을 받길 원하고 가해학생 부모는 아이가 피해를 받지 않기 위해 무던히 애쓰는 게 인지상정이다.

학폭위가 가장 낮은 징계를 내리더라도 이를 수용하지 못할 경우 가해학생 측 학부모는 교육청에 도움을 요청한다. 반대로 피해학생 측도 학폭위의 징계가 낮다고 판단되면 교육청에 행정심판을 청구한다. 가해자 측이든 피해자 측이든 교육청의 판단도 신뢰하지 못하면 ‘법 대로’를 택하는 것이다.

보통의 상식은 피해학생 측이 불복해 학폭위 그 이상의 판단을 의뢰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을 정반대다. 주로 가해학생 측이 이의를 제기한다. 아이의 학교생활기록부에 폭행과 관련된 처분이 남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이 교육청 행정심판이나 법원의 판단에 의지하는 것은 학폭위를 신뢰하지 못한 데서도 비롯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학교폭력예방법이 정한 가해학생의 9가지 조치는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학교에서의 봉사→사회봉사→학내 외 전문가에 의한 특별 교육이수 또는 심리치료→출석정지→학급교체→전학→퇴학 등이다.

가장 낮은 징계가 서면사과, 가장 높은 징계가 퇴학인 셈이다. 문제는 가장 낮은 서면사과를 판정해도 가해학생 학부모들이 불복한다는 점이다. 9가지 중 어떤 처분도 아이에겐 ‘주홍글씨’로 남는다는 판단에서다. 가해학생 학부모들이 학폭위 등의 처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다.

20일 대전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 중 16건이 교육청 행정심판 선상에 올랐고 이 중 5건이 법원행(行)으로 귀결됐다. 올해의 경우 10건이 행정심판을 받았다.

학교폭력 문제가 부모들의 싸움으로 번지지 않으려면 학폭위의 신뢰성 회복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학폭위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아닌 처벌 위주 위원회이기 때문에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은 법정에서 싸우고 있지만 막상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은 화해 후 학교를 같이 다니는 아이러니한 일도 있다”면서 “학교 내에서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학폭위가 점점 취지에서 벗어나고 있어 개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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