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둔 부모들에게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붙었다. 일반 손님들로부터 쏟아지는 ‘아이를 동반한 어른’이라는 시선 때문이다. 아이는 영아부터 초등학생까지 그 범주가 넓다. 일부 부모들이 음식을 먹는 테이블 위에서 아이 기저귀를 갈거나 소변을 보게 하는 사례까지 자주 목격되고 있다. 상황이 여기에 이르자 일부 업주들은 분쟁의 소지를 차단하겠다며 노 키즈 존(No Kids Zone)을 운영하며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노키즈존은 영유아와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곳으로,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은 지속 제기돼 오다 최근엔 점차 사회현상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매장에서 아이의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업주가 더 많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실례가 나오고 공공장소에서 아이들 때문에 불편하다는 민원이 점차 증가하면서다. 일부의 문제가 전체로 확대되면서 공존의 삶에 균열이 가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18일 대전 서구에 있는 한 문구점에 초등학생 2명이 들어왔다. 1명은 CCTV를 확인하고 있었고 또 다른 한명은 장난감 총을 들고 구석으로 들어가 숨겨 놓았다. 이를 발견한 매장 직원은 왜 숨겨 놓았느냐고 물었으나 아이는 그런 적이 없다면서 부리나케 문 밖으로 나갔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아이의 부모가 문구점을 찾아 왜 아이를 다그치냐며 버럭 화를 냈다. 상황 설명을 했지만 엄마 귀엔 들리지 않았다. 가격만 물어봤는 데 나무랐다는 자식의 말만 들은 과잉 행동이다.

문구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이런 일들이 한두 번이 아니다. 앞뒤 정황과는 상관없이 고성이 오가기도 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소문을 내겠다고 겁박하기 일쑤다. 차라리 경찰에 신고하는 방법을 택하게 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면 차라리 낫다. 맘 같아선 노키즈존을 하고 싶지만 문구점 특성상 주로 아이들이 오는 곳이다 보니 그럴 수도 없어 개탄스럽다”고 탄식했다.

최근엔 공공장소에서 아이를 통제하지 않거나 개념 없는 행동으로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는 엄마를 비하하는 맘(MOM)+벌레 충(蟲)의 합성어인 ‘맘충’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하고 있어 씁씁할 현실을 방증하고 있다.

두 자녀를 둔 채 모(31) 씨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임에도 일부 몰지각한 부모들을 향한 반감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 자체를 눈치봐야 하는 편견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또 모든 아이들의 출입을 막는 것은 올바른 답이라고 보지 않는다. 사라진 배려가 또 다른 차별을 만들어 내고 있을 뿐이다. 함께하는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는 구조가 되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정관묵 기자 dhc@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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