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 테츠오미 일본 고마츠시 취주악협회장을 만나다

 

“23년 전 대전에 첫발을 디뎠는데 이젠 이곳이 저희 제2의 고향입니다.”

대전도 어엿한 한국의 거점도시로 성장하면서 마치 동경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라며 그는 흐뭇해했다. 내년 3월 대전에서 열리는 청소년 취주악단 방한 연주회를 앞두고 사전 조율을 위해 방문한 다나카 테츠오미(사진) 일본 고마츠시 취주악협회장을 20일 만났다.

그의 인생은 음악을 빼놓곤 얘기가 어려울 정도다. 트럼펫을 전공한 그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음악을 통한 친선을 다지는 일에 매진했다. 3년에 한 번씩 일본에서 청소년을 중심으로 취주악단을 구성해 대전에서 교류 연주회를 개최해 온 그는 내년에 열리는 행사 준비에 요즘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쁘다며 웃어보였다.

“현재 일본 중·고생을 대상으로 내년 참가자들을 모집 중이에요. 요즘 한반도 정세가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음악만큼 이 위기를 누그러뜨릴 만한 게 또 있을까요? 정세가 어렵지만 내년 행사 때면 한국에서 올림픽도 열리니 분위기는 지금보다 좋아질 겁니다.”

처음엔 첨예한 대립의 연속인 역사 문제로 걱정도 많았다. 이를 바라보는 양국 국민의 시선이 극과 극인 상황에서 언제까지 교류 연주를 지속할지가 그에겐 늘 고민이었지만 그는 음악의 힘을 믿었다.

“국민 감정과 시각의 문제가 대립하는 만큼 쉽게 풀릴 순 없겠죠. 그러나 그런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음악을 통한 우리의 교류는 계속돼야 합니다. 개인적으론 우리의 교류 연주가 미래지향적인 양국의 관계 발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일까. 그는 이젠 일본 학생들의 취주악 연주를 관람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관람 문화가 놀랍기만 하다고 했다. 언젠가 서울 이화여고 유관순홀에 기미가요가 울려퍼졌다. 일제에 항거한 인물을 기리는 강당에 일본의 국가가 울려퍼진 거다. 금기시돼 온 그동안의 편견이 깨진 순간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한국에서 엄청난 배려를 해줬다고 기억합니다. 물론 더 흐뭇했던 건 한국의 가요 ‘아, 대한민국’을 연주했는데 강당이 울릴 정도로 관객의 합창 실력이 놀랍더군요. 그때부턴 연주회의 음악들을 웬만한 사람들은 아는 한국의 노래들로 채우고 있습니다.”

내달 10일이면 청소년 악단 구성이 끝나고 본격적인 대장정이 시작된다. 한국에선 내년에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세계 평화의 상징 올림픽이라는 빅 이벤트가 열리면서 그가 연주회에 거는 기대도 크다.

“방한 연주회가 거듭될수록 한·일 교류의 중요성은 더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한국의 대전, 일본의 고마츠가 앞으로 더욱 친하게 지낼 수 있도록 상호 노력해 나갑시다. 그러면 언젠가 우리도 진정한 이웃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습니다.”

이들의 방한 연주회는 내년 3월 26일, 대전 한밭대 아트홀에서 열린다.

글·사진=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통역=양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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