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화재감지기 등 보급률
경제성만 있지 벌금 등 제재없어

# 지난달 초 동구 신상동 소재 주택 주방에서 집주인 A 씨가 물을 끓이다 자리를 비운 새 냄비가 타면서 연기가 발생했다. A 씨는 전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상황. 연기를 주방을 가득 채웠고 이를 곧바로 감지한 단독경보형감지기가 요란한 경보음을 낸 덕분에 A 씨는 119에 신고하고 초기진화에 나섰다. 자칫 대형화재로 이어질 뻔 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 지난 5월 26일 새벽 1시 40분경 중구 사정동 빌라에서도 거주자 B 씨가 음식을 조리 중 가스레인지 밸브를 잠그는 것을 잊고 잠든 새 화재가 발생했지만 단독경보형감지기가 연기를 인식하고 경보음을 울렸다.

이처럼 일반주택 의무 소방시설인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화재를 초기에 감지해 대형화재를 막는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이 설치를 외면하고 있어 안전불감증을 키운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0일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주택용 소방시설은 소방시설법에 따라 단독·다가구·연립주택 등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소화기 및 단독경보형감지기로 지난 2월 4일까지 설치가 완료됐어야 하나 현재 설치율이 저조한 상황이다.

지난 2012년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아파트·기숙사를 제외한 신규주택은 2012년부터, 기존주택은 5년간 유예기간을 거쳐 2017년 2월 4일까지 소화기·단독경보형 감지기 등 주택용 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설치를 하지 않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 주택용 소방시설 보급률이 저조한 실정이다.

지난해 소방본부가 실시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실태 설문결과(도내 초·중·고교 학생 1662명을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에 따른 추정치)에 따르면 대전시내 소방설비를 갖춘 가구(소화기 및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설치된 가구)는 429가구로 전체의 25.81%에 불과했다. 전국 평균 29.53%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소방본부는 단독경보형 감지기 설치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고향집 감지기 설치를 위한 귀성객 대상 무료보급 등 홍보 캠페인 활동은 물론 기초수급대상자·독거노인·차상위계층에 5만 1600여 개를 보급하는 등 다양한 지원과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작 주택 보유자들은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해당 법이 강제성을 띨 뿐 위반 시 벌금 등의 제재조치가 전무한 탓이다. 또 개인이 직접 구입하다 보니 비용 부담으로 설치를 꺼리는 것도 큰 이유로 손 꼽힌다. 소방당국이 권유하는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개당 1만 여 원으로 원룸을 제외한 큰 평수 주택일 경우 침실, 거실, 주방 등 구획된 실마다 1개 이상 설치(화장실은 제외)하고 소화기까지 비치하게 되면 적잖은 비용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소방시설 미설치 주택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 소방본부 관계자는 “최근 보급되는 감지기는 한번 설치만 해도 건전지 수명이 10년이다”며 “화재경보기는 화재 초기진압으로 인명과 재산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설비시설이다. 꼭 설치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현석 기자 phs2016@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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