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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나랏돈 새는데, 조달청은 까맣게 몰랐다

곽진성 전우용 pen@ggilbo.com

기사승인 2017.09.13  21: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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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여 개 토목용 보강재 생산업체…다수공급자 계약제도 허점 악용

   
조달청 계약과정에서 단가를 조작해 공공기관에 토목용 보강재를 납품, 수백억 원의 이득을 챙긴 업자가 검거된 가운데 13일 대전지방경찰청에서 관계자들이 증거품을 공개하고 있다. 전우용 기자 yongdsc@ggilbo.com

아무리 좋은 제도도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없다면 꽃을 피우지 못한다. 10여 개 토목용보강재 생산업체 관계자들이 조달청과 토목용보강재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허위 가격자료를 제출해 막대한 나랏돈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은 조달청의 허술한 관리감독 실태와 다수공급자계약(MAS)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들 토목용보강재 업체는 지난 2009년 7월경부터 지난 2015년 12월경까지 전국 공공기관에서 발주한 도로 및 옹벽 공사에 토목용 보강재 400억 원 상당을 납품해 260억 원 상당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돈을 빼돌리기 위해 시중 가격보다 3~5배 높은 가격으로 발행한 허위의 전자세금계산서 등 가격자료를 조달청에 제출하는 방법으로 다수공급자 계약 체결을 악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수공급자계약이란 조달청이 3개 이상 기업과 단가계약을 체결하고 공공기관이 별도의 계약체결 없이 나라장터 쇼핑몰에서 쉽게 구매하는 제도다. 모든 입찰자들은 시중 판매 가격보다 동일하거나 낮은 가격으로 조달청과 다수공급자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는 등 예산절감을 위한 효과적인 제도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허위 가격자료를 제출한 업체의 부당행위를 제때 발견하지 못하는 등 조달청의 관리, 감독은 엉망인 수준이었다. 조달청 담당 공무원들은 토목용보강재 업체가 제출한 허위의 전자세금계산서를 곧이곧대로 믿었다. 규정에 없다는 이유로 시중 판매 가격 조사도 제대로 실시하지 않은 소홀함이 엿보였다 결국 조달청 6년 넘게 이 같은 부당행위를 발견하지 못하다 지난 2015년 12월경에야 가격 조작 정황을 확인했다. 그리고 토목용 보강재 계약업체 40여 곳에 대해 종합쇼핑몰 긴급 사전거래 정지 조치를 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공정거래위원회에 ‘업체의 가격 담합 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10여 개 토목용보강재 생산업체 관계자 20명을 기소했다. 그러나 업체관계자들의 부당행위를 발견하지 못했던 공무원들에 대한 처벌은 없었다. 조달청 내의 자체징계도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업체의 부당행위를) 발견하지 못한 부분이 강행규정이 아니라 의무규정이기 때문에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라 처벌대상이 되지 않았다”며 “관련 제도 중 미비한 부분은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달청은 관련 규정에 근거해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달청에 따르면 올해 가격조사관리과를 신설하는 등 점검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조달청 관계자는 “토목용보강재 생산업체 5곳에 대해 제재를 하고 7곳에는 132억 원가량을 환수 통보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나머지 업체에 대해서도 혐의가 밝혀지면 징계조치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달청 담당부서 인력의 전문성 제고와 함께 ‘시중판매가격 조사’등에 관한 강행규정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다수공급자계약(MAS)은 또다시 업체들이 부당이득을 남기는 통로로 이용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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