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병원 조혈모이식센터 20주년…송익찬 교수를 만나다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조혈모세포이식센터를 지키는 주역들.

 

“조혈모세포로 작은 사랑의 기적을 만듭니다.”

햇수로 5년. 그의 손을 거쳐 간 환자만 해도 수십에 이른다. 인생의 절망 끝에서 찾아온 환자들은 의사의 정성에 하늘이 탄복이나 한 듯 건강한 몸으로 병원을 떠났다. 환자의 얼굴 하나하나 그에겐 소중한 기억이 됐다. 충남대병원에서 조혈모세포 이식을 시작한 지 올해로 20년.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환자와 조혈모이식센터를 지키고 있는 송익찬 혈액종양내과 교수를 19일 만났다.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무균실은 어느 누구도 함부로 발을 들이지 못한다고 했다. 기자가 이곳에 들어온 건 처음이라며 멋쩍은 듯 웃던 송 교수는 조혈모이식에 대한 설명으로 말문을 열었다.

“조혈모세포를 많은 분들이 알진 못해요. 흔히들 알고 있는 골수이식이 바로 이겁니다. 혈액암 환자나 재생불량 빈혈과 같은 혈액질환, 골수나 혈액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조혈모세포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해주는 마지막 보루이기도 하죠.”

무균실에서 이식을 받는 환자들은 의사 송익찬의 전부기도 하다. 의사를 선택한 이유이자 이곳을 두 발로 건강히 걸어 나가는 모습은 그에게 삶의 보람이자 행복의 원천이다. 때론 아내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대한 후회는 없다.

“충청지역에선 조혈모세포 이식을 할 수 있는 곳이 이곳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하고 더 많은 정성을 쏟아야 하죠. 물론 매일같이 병원에만 있어서 아내가 서운해 할 법도 한데 지금은 많이 이해해주려고 하는 것 같아요. 고마울 뿐이죠.”

일반인들에게 조혈모세포 이식은 두렵기만 한 존재로 여겨지는 것 같다고 말할 땐 그의 얼굴 가득 수심이 깊어졌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한다고 해서 생활에 지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사람들은 왠지 모를 중압감에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하는 현실 때문이다. 송 교수는 조혈모세포 기증이 결국 세상을 함께 살아가기 위한 나눔이라고 말한다. 그 나눔이 모이고 모여 결국 새로운 기적으로 다가온다는 생각에서다.

“헌혈의 집에서 일반 헌혈하듯 조혈모세포 기증에만 동의하면 손쉽게 동참할 수 있습니다. 후에 기증을 받을 수 있는 환자가 나타나면 이식이 진행되는데 금방 회복이 되기 때문에 삶의 끝자락에서 고통을 받는 분들을 위해 많은 분들이 작은 용기를 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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