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시장 낙마, 차기 대전시장 선거구도 요동

권선택 대전시장이 임기를 7개월 남겨놓고 불명예 퇴진함에 따라 차기 대전시장 선거구도가 요동치는 등 지역 정가에 거센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관측된다.

더불어민주당은 제1야당이던 지난 2014년 민선 6기 지방선거에서 권 시장의 당선으로 민선자치시대 개막 이후 최초로 대전시에 민주개혁세력의 깃발을 꽂으며 시정을 장악했음은 물론 시의회에서도 다수당으로 군림해 왔다. 더욱이 올 5·9장미대선을 통해 집권여당으로 화려하게 변신하며 위상을 굳건히 다졌지만 하루아침에 중원(中原)을 지켜온 자당 광역단체장을 잃게 됐다. 공직선거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사실상 임기 내내 재판을 받아온 권 시장이 박근혜 보수정권에선 근근이 정치적 생명을 유지했지만, 오히려 문재인 진보정권이 출범하고 6개월 만에 낙마하는 모양새가 됐다.

‘무죄’를 기대하며 재선을 목표로 뛰어온 권 시장 측은 멘붕에 빠졌고, 차기 시장 후보들의 움직임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현직 시장이 법적으로 ‘아웃’되면서 자천타천 시장 후보로 거론돼 온 박범계·이상민 국회의원, 허태정 유성구청장 등의 등판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그간 자당 소속 권 시장이 낙마 위기에 몰린 상황에 출마 여부를 언급하는 게 정치 도의에 어긋난다는 점을 들어 입장 표명을 미뤄왔지만, 권 시장이 전격 무대에서 사라진 만큼 조만간 지방선거와 관련된 행보를 결정지을 수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일부 호사가들은 대선 직전 자유한국당을 떠나 문재인 대통령 중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염홍철 전 시장이 민주당 주자로 출격해 한국당 소속 박성효 전 시장과 리턴매치를 벌일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를 내놓고 있기도 하다.

시장직을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해 온 한국당으로선 중요한 반전의 계기를 맞게 됐다. 지난 3년 4개월간 송사(訟事)에 휘말린 권 시장의 거취 문제로 시정이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이며 혼란이 지속돼 온 가운데, 민선 7기 지방선거를 210여 일 앞두고 그가 현직에서 물러남에 따라 한국당은 한결 홀가분한 상태에서 선거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 현 정부에 의해 ‘적폐세력’으로 낙인찍힌 한국당이 시정에 안정을 기하지 못한 민주당에게 책임을 물으며 무주공산이 된 시장직을 놓고 ‘물갈이론’을 호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용기·이장우 국회의원, 박성효 전 대전시장, 이재선 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육동일 충남대 교수 등 한국당 후보군도 전열을 가다듬으며 시장 집무실을 향한 보폭이 빨라지게 됐다.

국민의당에선 한현택 동구청장, 임영호 전 국회의원, 바른정당에서는 남충희 대전시당 위원장, 정의당은 김윤기 대전시당 위원장과 한창민 부대표 등이 시장 후보군으로, 이들도 거대 양당의 틈바구니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데 부심하고 있다.

이처럼 권 시장의 급작스러운 퇴장으로 내년 6월 13일 치러질 대전시장 선거가 전국적 관심사로 부상, 쉽사리 예단할 수 없는 여야의 뜨거운 혈전이 펼쳐지게 됐다. 만약 현직 의원과 구청장이 시장 선거에 나설 경우 성사될 국회의원 보궐선거와 구청장 선거는 대전의 여대야소(국회의석-민주당 4석, 한국당 3석. 5개 구청장-민주당 3석, 한국당·국민의당 각 1석) 구도를 뒤흔들 수 있는 변수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한편으론 후보 난립으로 조기에 선거 분위기가 과열되고, 표심잡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직자들의 줄서기가 횡행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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