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초·중추성 여부 확인…어지럼증 예방법

어지럼증은 현대인이 겪는 흔한 증상이다. 원인이 다양해 ‘어지럽다’라는 증상만으론 정확한 진단이 쉽지 않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다가 갑자기 띵하거나 빙글빙글 도는 듯한 어지럼증부터 수일간 지속되는 어지럼증까지 증상도 다양하다. 어지럼증은 그 원인에 따라 진단과 치료 등 모든 게 달라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어떤 어지럼증인지 감별하는 게 중요하다. 어지럼증에 대해 백인철 유성선병원 뇌졸중센터 신경과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말초성’인가, ‘중추성’인가

우리 몸은 움직임을 감지하는 평형기관과 거기에서 오는 모든 정보를 통합하고 이해하는 소뇌라는 곳의 정상적인 작용을 통해 움직이면서 살아간다. 평형기관과 소뇌는 신경계를 통해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으며 신경계에 문제가 생기면 어지러움을 느끼게 된다.

요즘 ‘달팽이관에 문제가 있어서 어지럽다’고 많이 말하는데 달팽이관은 단순히 소리를 듣는 청각기관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틀린 말이다. 달팽이관과 인접한 평형감각과 머리의 위치감각을 담당하는 전정신경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게 ‘말초성’ 어지럼증이다. 전정기관이 정상이라고 해도 거기에서 오는 정보를 통합하고 이해하는 최종 목적지인 소뇌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중추성’ 어지럼증이라고 한다.

말초성인지 중추성 어지럼증인지 감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중추성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뇌경색, 뇌출혈, 뇌종양, 뇌혈관장애, 뇌간과 소뇌에 혈액 공급 장애로 생기는 기저-척추동맥 증후군 등은 빠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증상만으론 말초성 어지럼증이 의심돼도 검사 소견 또는 증상 호전이 애매한 경우 중추성 원인을 배제하기 위한 MRI 등의 검사를 해야 한다.

◆말초성 어지럼증의 주요 원인 - 이석증,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

말초성 어지럼증 중 절반 이상 가장 잦은 빈도를 차지하는 이석증은 전정기관 중 세반고리관의 이상을 말한다. 세반고리관은 회전을 담당하는데 이 세반고리관 내에 결석이 생기면 움직일 때마다 수초에서 수분에 걸쳐 빙글빙글 도는 것과 같은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요즘은 귀의 전정기관 문제인지 중추신경계 이상인지를 진단하는 안진검사 등을 통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또 머리의 위치를 순차적으로 돌려 세반고리관의 이석을 원래의 위치로 되돌리는 이석정복술로 어지럼증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

메니에르병은 20분 이상 반복되는 어지럼증과 함께 변동성 감각신경성 난청 및 이명, 귀가 먹먹한 느낌 등의 증상이 있을 경우 의심해볼 수 있다. 메니에르병은 귓속에 위치한 내림프관 안의 내림프액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해 내림프관이 부어오르는 질환이다. 내림프관의 압력 상승을 유발하고 심한 경우 내림프관이 파열돼 심한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이 병은 만성으로 반복되는 어지럼증을 유발할 가능성이 커 전정신경기능검사 및 적절한 약물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전정신경염은 전정기관을 담당하는 신경 자체에 손상이 생긴 질환이다. 수 시간에서 수일까지 지속되는 어지럼증을 호소할 수 있고 어지러운 증세도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진찰 소견 및 신경학적 검사에서 충분히 쉽게 진단될 수 있지만 때론 숨뇌, 다리뇌, 중간뇌와 소뇌를 연결하는 신경 섬유 다발인 소뇌다리의 뇌경색과 구별하기 위해 뇌 MRI 검사도 한다.

◆중추성 어지럼증 원인 - 소뇌 이상, 뇌졸중, 뇌종양, 뇌수막염

중추성 어지럼증은 소뇌와 관련 기관들에 문제가 있을 때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흔히 멀미를 하는 듯한 어지럼증을 호소할 수 있다. 이들은 증상에 따라 분류할 수 없기 때문에 신경학적 검사를 통해 다른 질환이 없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뇌 또는 뇌신경과 관련된 중추성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질환으론 뇌경색, 뇌출혈, 뇌종양과 같이 잘 알려진 원인부터 뇌수막염이나 뇌염, 다발성 경화증 등의 질환까지 다양하다.

뇌경색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는 질환이며 뇌출혈은 혈관이 파열돼 뇌 안팎에 출혈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미국뇌졸중학회에 따르면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병, 부정맥, 흡연, 비만, 음주, 스트레스 등이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 노인이나 혈관이 건강한 사람에게도 진행될 수 있어 60세 이상은 뇌졸중 여부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뇌경색과 뇌출혈을 포함하는 뇌졸중은 빠른 진단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데 후유증이나 합병증의 발생할 수 있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저-척추동맥 증후군은 소뇌를 포함한 평형을 담당하는 신경계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 협착이 생긴 경우다. 이 또한 적절한 약물치료, 스텐트 시술을 통해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이외에도 드물게 청신경종과 같은 뇌종양, 뇌염 등의 감염성 질환, 다발성 경화증에서도 병변의 위치에 따라 중추성 어지럼증이 유발될 수 있다.

◆삶의 질 떨어뜨리는 어지럼증

어지럼증은 병이 아니라 하나의 증상으로 이외에도 여러 원인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 요즘엔 65세 이상의 노인들 중 약물을 복용하는 분들이 많고 약물의 상호작용과 부작용에 의한 어지럼증이 늘고 있다. 또 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심인성 어지럼증도 많은 스트레스와 함께 살아가는 현대인들 사이에서 많아지고 있다.

원인이 다양한 만큼 예방을 위한 방법은 질환에 따라 다르지만 술, 담배, 카페인이 들어간 식품을 피하고 음식을 짜게 먹지 않는 게 좋다. 과로나 스트레스도 어지럼증에 영향을 끼치는데 평소 충분한 휴식과 함께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게 좋다. 또 고혈압이나 비만,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도 뇌졸중 등 뇌혈관 질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관리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

도움말=백인철 유성선병원 뇌졸중센터 신경과장

정리=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