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발생한 포항발 규모 5.4 지진은 사회에 유·무형의 크고 작은 피해를 양산했다. 포항시민들은 아직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는 상황. 경험해 보지 못한 재난 앞에 우리는 작을 수밖에 없었다. 어디 포항뿐이겠는가. 만약 내가 사는 곳과 가까운 곳에서 강진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16일 찾은 대전시 소방본부 119시민체험센터의 지진안전체험실은 지진 재난을 실제로 경험해보는 교육의 장이 됐다. ▶관련기사 3·6·8면

이날 오전 11시경 지진안전체험실에 멀뚱히 앉아있던 기자를 향해 “진도3입니다”라는 노영길 소방위(대전소방본부 예방안전과 119시민체험센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말에 몸이 쭈뼛하는 느낌이었다. 하루 전 ‘포항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긴급재난문자를 받았을 때의 긴박함이 엄습했다. 예상치 못하게 다가왔던 지진재난처럼, 이날의 진동 역시 대비할 틈을 주지 않았다.

미세한 떨림은 작은 공간 속에 설치된 가구들을 흔들었다. 이어 ‘진도4’와 ‘진도5’를 알리는 구호와 함께 떨림의 강도는 조금 더 강해졌다. 계속되는 떨림에 탁자 등이 덜컹거리며 ‘드르르륵’ 하는 불쾌한 소리를 냈다. 진도5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 창문 등이 깨지기도 하며 불안정한 물체가 넘어지기도 한다는 노 소방위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 말처럼, 의자에 앉아 바른 자세를 잡기 어려울 정도로 진동은 강력한 기운을 뿜어냈다.

이어진 ‘진도6’과 ‘진도7’은 지진의 강도가 이전보다 한층 강하게 다가왔다. 바닥이 춤을 춘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로 인해 현기증마저 들었다. 진도 6에서는 모든 사람이 진도를 느끼며 일부 무거운 가구가 움직이고 벽의 석회가 떨어지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진도8’은 의자에 앉아있던 몸이 뒤틀릴 정도였고 바닥과 가구들도 출렁이듯 움직였다. 지진안전체험실에 마련된 스크린 속에서는 유리창이 깨지고 가구가 엎어지고 외벽에 균열이 갔다. 만약 실제상황이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지진안전체험실에서 진도3부터 8까지 다양한 지진을 체험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대처 방법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생겼다. 국민재난안전포털 지진대처요령에서는 집에 있을 때 지진이 일어나면 ‘탁자 아래로 들어가 몸을 보호하고 흔들림이 멈추면 전기와 가스를 차단하고 문을 열어 출구를 확보한 후, 밖으로 나가라’고 설명한다. 집밖에 있을 때는 ‘떨어지는 물건에 대비해 가방이나 손으로 머리를 보호하며 건물과 거리를 두고 운동장이나 공원 등 넓은 공간으로 대피하라’고 안내한다.

왜 그럴까? 노 소방위는 “지진이 발생했을 때는 실내든 실외든 떨어지는 물건이 위험하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국내에서 건물이 붕괴될 정도의 지진이 발생할 확률은 거의 없는 편”이라며 “건물외벽이나 조명기구 떨어져 다치는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건물 안전한 곳으로 피해 있다가 지진이 멈추면 건물 밖으로 대피를 해야한다”고 그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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