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부터 권선택까지

지난 2014년 민선 6기 지방선거에서 초반 열세를 딛고 ‘기적의 역전승’을 거둔 권선택 전 대전시장. 지방선거 직전 터진 세월호 참사는 선거판을 요동치게 만들었고,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었던 그에겐 대전시정 사상 최초의 ‘민주개혁세력 시장’이란 타이틀이 부여됐다.

하지만 ‘세월호가 만든 시장’으로 불려온 그는 지난 14일 대법원의 당선무효형 선고로 하루아침에 시장직을 상실, 허무하게 세월의 저편으로 침몰해 버렸다. 2012년 19대 총선 낙선 후 야인 시절 결성했던 포럼 운영 자금이 결국 권 전 시장의 발목을 잡으며 정치 생명을 끊어버린 것이다.

올 한 해 대전에선 권 전 시장 외에도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불명예 퇴진하는 인사들이 유독 많았다. 지탄이 대상이 되기도 했던 그들로 인해 지역사회에 혼란이 가중됐고, 그들의 쓸쓸한 뒷모습은 지역민들에게 안타까움과 아픔을 전해주며 깊은 상처를 남겼다.

권 전 시장이 취임한 2014년 프로야구 정규시즌 종료 후 지역팬들의 열화와 같은 ‘추대론’에 힘입어 한화이글스의 사령탑에 올랐던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은 휘청거리는 독수리 군단을 끝내 회생시키지 못한 채 구단과의 불화, 실망한 팬들의 퇴진 압박에 시달리다 올 5월 경질됐다.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2부 리그) 꼴찌팀인 대전시티즌의 이영익 감독도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8월 말 자진 사퇴했다. 대전시티즌은 이 감독이 물러난 지 채 3개월도 되지 않아 구단주인 권 전 시장이 낙마하며 ‘2부 리그 최하위’라는 최악의 성적에 더해 그야말로 잔인한 올 시즌을 보내고 있다.

박남일 전 대전도시공사 사장은 유성복합터미널 조성사업 무산 사태에 책임을 지고 임기를 불과 한 달여 남겨놓은 지난 7월 중순 사임했고, 최영란 전 대전예총 회장은 제자들 몫인 행사비를 횡령했다는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으며 같은 달 불명예스럽게 회장직을 떠나야 했다.

이처럼 불미스럽게 ‘추풍낙엽’ 신세가 된 인사들이 적지 않은 대전의 2017년은 ‘낙마 바이러스’(?)가 전염된 해로 기록될 듯 하며, 그 정점에는 민선 6기 임기를 7개월 앞두고 이임식을 가진 권 전 시장이 있다.

이들과 다른 성격이긴 하지만 19대 대선에서 ‘충청대망론’을 구현해 줄 것이란 기대감을 한 몸에 받았던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귀국한 지 불과 20일 만에 대선 레이스를 포기한 것도, 그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지역민들을 참으로 허탈하게 만든 장면이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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