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

지난 9월 4일 총파업에 돌입했던 공영방송 양대 노조인 언론노조 MBC본부의 파업이 마무리됐다. 아직까지 기자와 PD직군을 중심으로 제작거부를 이어가고 있지만 7일로 예정된 MBC 사장 선임 절차가 마무리되면 공영방송 MBC의 정상화는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장 후보 3명이 취임과 동시에 MBC 사태의 상징과도 같은 해고자 복직 문제를 처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장겸 사장 해임 이후 진행되고 있는 MBC 사장 선임 절차를 보면 파격에 가깝다. 그동안 낙하산 사장 지명 절차로 전락했던 MBC 사장 인선 과정이 모두 공개됐고, 최종 후보 3인의 경우 각기 준비한 MBC정상화 방안이 인터넷으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시청자들의 질문과 의견도 반영됐다. 요식행위에 불과했던 공영방송 사장 선임 절차가 비로소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MBC가 정상화 수순을 밟고 있지만 KBS는 더딘 발걸음이다. 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의 파업이 지속되고 있다. 95일째에 접어들고 있다. 표면상 KBS 정상화는 요원할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 KBS 정상화화도 조만간 이루어 질 것으로 전망된다. 파업 이후 진행됐던 KBS 이사회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이인호 이사장을 비롯한 KBS 이사 9명 전원의 업무추진비 부당 집행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이들 KBS 이사들을 경중에 따라 해임을 포함해 이사 재추천을 제한하라고 방통위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KBS도 조만간 정상화의 수순을 밞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원이 해임을 요구한 이인호 이사장 및 몇몇 이사들의 경우 과거 구 여권 추천으로 이사에 임명됐다. 이들이 해임 될 경우 현 정부 여당 몫 추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4:5의 이사회 구조가 MBC 방문진의 경우처럼 최소 5:4 구성으로 바뀌기 때문에 이사회를 통한 고대영 사장 해임도 가능한 상황이다.

100일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양대 노조의 파업이 사실상 종료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파업이 종료됐다고 끝난 것은 아니다. 현재 양대 방송 노조는 파업 이후 무너졌던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과제가 무엇인지 내부 고민에 빠졌다.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는 길은 사장이 바뀌었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10여년 가까이 이어진 내부 시스템의 붕괴와 저널리즘을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는 과정은 무너진 과정보다 훨씬 어렵다. 이전 정권의 언론장악이 길어지면서 다양한 뉴미디어의 등장과 새로운 플랫폼의 출현으로 언론 소비자의 눈높이는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과거의 모습으로 신뢰를 얻고자 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제 국민은 언론을 곧이곧대로 바라보지 않는다. 더군다나 공공성이 강조되는 공영방송의 책무라는 짐을 짊어진 KBS, MBC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마냥 우호적이지 않다. 공영방송 정상화의 진정한 시험대가 남아 있다.

공영방송이 정상화됐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지역의 문제는 또 다른 과제로 남는다. 본사인 서울KBS와 MBC에 종속 관계로 묶여 있는 KBS대전총국과, 대전MBC는 구조적으로 정상화의 제약을 받는다. 지역방송사 사장(총국장) 인선과정은 지역 방송의 공공성, 독립성을 견인해 내지 못하고 있다. 열악한 제작환경과 변하지 않는 지역 언론의 관행이 얼마나 극복될지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법, 제도적 제약도 한계에 봉착해 있다. 방송정책을 총괄하는 방송통신위원회에는 지역 출신 인사가 하나도 없다. KBS이사회, MBC 방문진 역시 지역 추천 이사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무너진 신뢰와 더불어 법, 제도적 한계까지 이 모든 문제를 지역에서 해결해야 한다. 단순히 공영방송의 문제이니 KBS대전총국, 대전MBC 구성원들만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지역방송 정상화 과정에 지역사회가 함께 해야 하는 이유다. 공영방송 정상화는 지역방송 정상화가 이루어질 때 진정한 공영방송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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