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사랑한, 겨울을 사랑한…

로맨틱한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아스라한 제야의 종소리, 그리고 잠 못 드는 길고 긴 겨울밤으로 채워진 계절. 많은 영화들이 겨울을 사랑했다.

‘눈’을 키워드로 머릿속에 입력하면 조건반사적으로 ‘러브스토리’의 눈싸움 장면이나 ‘러브레터’의 일본 오타루의 풍경이 눈 앞에 생생히 펼쳐지는 연말, 겨울잠 자는 남친과 여친의 연애세포를 깨워줄 겨울 로맨스 영화 4편을 소개한다.

 

'오겡키데스카?'(잘 지내나요?)라는 대사로 유명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감성멜로 '러브레터'

◐ 러브레터 Love Letter

개봉│1999. 11. 20 / 2017. 12. 13 재개봉

감독│이와이 슌지

출연│나카야마 미호, 사카이 미키, 카시와바라 타카시

약혼자 후지이 이츠키가 등산 도중 조난으로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흘렀지만 고베에 살고 있는 와타나베 히로코는 아직 그를 잊지 못한다. 홋카이도 오타루에 있는 그의 고향에서 치러진 2주년 추모식을 찾은 히로코는 그곳에서 약혼자 이츠키의 중학교 졸업앨범을 발견한다. 복잡한 마음에 그곳에 적혀 있는 이츠키의 주소로 편지를 보내 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놀랍게도 ‘후지이 이츠키’에게 답장을 받게 되는데…

お元気ですか、私は元気です!(오겡키데스카, 아타시와 겡키데스/잘 지내나요, 난 잘 지내요)

아련한 사랑의 기억을 담은 작품으로 이와이 슌지 감독이 1995년 선보인 첫 번째 장편영화.

1998년 일본문화 개방 이후 1999년 정식 개봉해 당시 일본영화로는 이례적으로 1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았다.

우리네 정서와도 잘 맞는 감동, 겨울에 가장 아름다운 오타루를 배경으로 새하얀 눈으로 채워진 풍경이 영화 내내 잔잔하게 이어져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 작품으로 한국인이 좋아하는 일본영화 1순위로 꼽는 영화이기도 하다.

※ 그녀와 로맨틱한 데이트를 원한다면 지금 바로 영화관으로

 

미셸 공드리의 연출과 찰리 카프먼의 각본이 최상의 조합을 이룬 '이터널 선샤인'은 기억이 사라진 후에도 여전히 남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개봉│2005. 11. 5

감독│미셸 공드리

출연│짐 캐리, 케이트 윈슬렛, 커스틴 던스트, 마크 러팔로, 일라이저 우드

조엘은 아픈 기억만을 지워준다는 라쿠나사를 찾아가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기로 결심한다. 기억이 사라져 갈수록 조엘은 사랑이 시작되던 순간, 행복한 기억들, 가슴 속에 각인된 추억들을 지우기 싫어지기만 하는데…

당신을 지우면 이 아픔도 사라질까요? 사랑은 그렇게 다시 기억된다.

미셸 공드리가 연출을, ‘각본계의 신의 손’ 찰리 카프먼이 각본을 맡은 작품으로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주는 첨단기술을 모티프로 삼았지만, 철저하게 사랑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100% 로맨스영화.

‘트루먼 쇼’로 정극연기도 가능함을 보여준 짐 캐리는 ‘짐 캐리스러운’ 동작과 표정을 버리고 과묵하지만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내의 내면을 진지하게 보여주고, 케이트 윈슬렛도 머리색을 계속 바꿔가며 톡톡 튀는 생명력 그 자체인 여성 캐릭터를 멋지게 살려냈다.

2005년 개봉 당시 짐 캐리의 멜로영화라는 이유로 17만에 그치며 철저하게 외면받았지만 2015년 10주년 재개봉땐 31만을 불러 모으며 역주행 돌풍을 일으켰다.

※ 기억을 지운다고 사랑했던 감정까지 잊혀질까?

 

친구의 아내가 된 줄리엣을 오래 짝사랑한 마크는 용기를 내어 종이에 자신의 마음을 적는다. "지금은 크리스마스니까 고백할게요. 가슴 아파도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 러브 액츄얼리 Love Actually

개봉│2003. 12. 5 / 2017. 12. 20 재개봉

감독│리차드 커티스

출연│휴 그랜트, 리암 니슨, 콜린 퍼스, 로라 리니, 엠마 톰슨, 키이라 나이틀리

사랑에 상처받은 당신을 위해, 사랑하지만 말하지 못했던 당신을 위해, 사랑에 확신하지 못했던 당신을 위해, 모두의 마음을 따뜻하게 할 선물이 찾아옵니다.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결혼식’, ‘노팅 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의 각본을 맡았던 로맨틱 코미디의 거장 리차드 커티스가 연출까지 맡은 작품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을 배경으로 스무 명이 넘는 주인공을 등장시켜가며 10여가지 사랑의 풍경들을 길어 올렸다.

휴 그랜트, 리암 니슨, 콜린 퍼스, 엠마 톰슨 등 영국을 대표하는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이 작품은 여비서와 사랑에 빠지는 총리, 친구의 연인을 오래 짝사랑해온 남자, 여자친구와 동생을 불륜을 알고 상심했다가 새로운 사랑을 발견하는 소설가 등 갖가지 연애담을 재치있는 대사와 영상으로 버무려냈다.

이 작품으로 스타덤에 오른 ‘워킹데드’ 시리즈의 주인공 앤드루 링컨의 스케치북 사랑고백 장면은 여러 작품이나 쇼에서 패러디될 정도로 명장면으로 남았다.

※ 지금 당장 고백하세요, 당신의 마음을

 

스웨덴에서 날아온 비범한 뱀파이어 영화 '렛 미 인'은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려는 소년과 소녀의 성장담이면서 동시에 눈이 부실만큼 아름다운 러브스토리이기도 하다

◐ 렛 미 인 Lat Den Ratte Komma In

개봉│2008. 11. 13

감독│토마스 알프레드슨

출연│카레 헤레브란트, 리나 레안데르손, 카린 베그퀴스트

눈 내리던 밤, 외로운 소년 오스칼은 옆집에 이사 온 창백한 얼굴의 소녀 이엘리를 만난다. 곧 소년의 가슴 속으로 들어온 이엘리.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하나밖에 없는 친구가 되어준다. 하지만 조용하던 마을에서 기이한 살인 사건이 계속되고, 오스칼은 이엘리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뱀파이어를 소재로 스웨덴의 작가 욘 A. 린드크비스트가 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스웨덴 영화로 2010년에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되기도 했다.

이웃집 뱀파이어 소녀에게 매혹된 12살 외톨이 소년의 창백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호러영화로는 드물게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으며 예술적 성취는 거뒀지만 영화 전반의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와 시어처럼 함축적이면서 꼭 필요한 부분에서조차 최소화한 대사 등으로 인해 대중적인 지지는 이끌어내지 못했다.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은 ‘렛미인’ 이후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로 또 한 번 실력을 인정받으며 세계적인 감독으로 발돋움했다.

※ 내가 평범하지 않아도 좋아해줄래?

<사진=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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