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슈 브리핑’은 한 주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이슈들을 모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는 무엇인지,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이 펼쳐집니다.

 

<1월 2주차 브리핑>

지난 11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설치된 문재인 대통령 생일축하 광고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 생일축하 광고가 대통령 숭배? “부러우면 지는 거다”

-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한쪽 벽면에 활짝 웃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과 함께 ‘1953년 1월 24일 대한민국에 달이 뜬 날, 66번째 생일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문 대통령의 생일을 앞두고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내건 생일축하 광고다. 지지자들은 이 광고를 서울 지하철 4개 노선 10개 역에 50일간 게재할 계획이다. 지하철역에 연예인의 생일 축하 광고가 걸리는 것은 흔히 볼 수 있지만, 현직 대통령의 생일 축하 광고가 걸린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사랑받는 대통령이라는 증거로 볼 수 있지만, 이를 몹시도 불편하게 받아들이는 측도 있는 것 같다. 이른바 ‘현직 대통령 우상화’ 논란이다.

- 문 대통령과 시종일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보수 야당과 보수 언론들은 이번 광고에 대해 일제히 비판의 칼날을 들이밀었다.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문재인 대통령 생일광고에 대해 “김일성 주체사상의 영향”이라고 단언한 뒤 “박정희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을 취소시켰고 박근혜 대통령은 감옥에 보내놓고, 피도, 눈물도, 염치도, 눈치도, 양심도 없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동아일보는 13일자 논설위원 칼럼을 통해 “왕조 국가도 아닌데 국가 지도자의 생일을 지지자들의 사적 공간이 아니라 지지자와 반대자가 섞여 있는 공공장소에서 축하한다는 발상은 퇴행적”이라며 이승만 대통령 시절 대통령 생일 축하 매스게임이 열리고 여고생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던 장면을 연상케 한다는 식의 비판을 가했고,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생신을 미리 축하드리지만, 이제는 '사생팬'들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어달라”고 비꼬는 등 문 대통령 지지자를 아예 ‘사생팬’ 취급을 했다. 보수 지지자들도 비난에 가세,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북한 같은 사회주의 국가도 아닌데 대통령 생일이라고 광고를 하는 것이 불만”이라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관련 민원 2000여 건 중 95% 이상이 “광고가 너무 좋다”는 칭찬 민원이라는 전언이다.)

- 이 같은 비판에 대해 네티즌들은 대체로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세금을 쓰는 것도 아니고, 지지자들이 십시일반 돈 모아 광고하는 건데 뭐가 문제냐는 주장이다. 관련 댓글에는 “시바스리갈 드시다 총맞은 분 ‘탄신제’한다고 市예산 때려박는 거보단 훨씬 건전하지 않냐? (천파협란)”, “아이돌도 받는 거 지지율 70% 이상의 대통령이 (생일광고) 받는 게 뭐가 지나쳐! (귀는두개이고입은하나인이유)”, “세금으로 동상 세우고 박물관 세우는 것들보다야 낫지. 거기다 이건 세금이 아니라 자발적인 돈인데 (테루테나)”, “부러우면 니들도 하던가. 단, 니!들! 돈으로 할 것. (샘질문)”,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인의 생일광고를 자기들 돈을 들여서 당당하게 낼 수 있는 사회가 그만큼 더 건강한 사회입니다. (fastest_turtle)”, “논란꺼리도 안 되는 걸 논란으로 만들고 싶은가보지 (만성피로쿠마)”, “조중동은 다시 문빠 프레임으로 지지율 깎아먹기 들어가고 싶은 듯 (사 람)”, “부러우면 부럽다 그래. 괜히 없어 보여 (mwtail)”, “문 대통령이 잘하니까 인기가 있고 생일광고도 나오는 거야. 이게 이해가 안돼? 어려워? 그러니까 탄핵 당했지 (시라노gs)” 등등의 촌철살인의 반응이 이어졌다.

- 한편 정청래 전 의원은 자신의 SNS에서 이번 대통령 생일광고를 ‘문재인 현상’으로 진단하고 “내가 촛불로 만든 나의 대통령 … 다시는 허망하게 잃지 않겠다는 다짐 … 지지자는 진화한다”고 평했다. 보수세력이 이번 해프닝에 발끈하는 이유는 심정적으로 공감이 간다.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물던 봉하마을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가 숨진 뒤 그의 노제(路祭)에 50만 인파가 몰려와 통곡을 하고, 그의 친구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6개월이 넘도록 70%대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모습은 어쩌면 그들이 그토록 바랐던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 국민들이 단 한 번도 자신들에게 그와 같은 지지를 보낸 적이 없다면 그 이유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뒤따라야지, 이런 식으로 시비를 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현명한 대응이 아니다. 이에 대한 적확한 격언이 있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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