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봐 얼었어. 다 얼었어.” 대전 한민시장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박 모(60대·여) 씨는 오전에 내놓은 양배추가 얼어 못 팔게된 탓에 한숨만 내쉬었다. 오후가 돼서야 날씨가 풀리면서 장사를 다시 시작할 수 있었지만 버려야할 채소가 10리터짜리 봉투 하나를 가득 채웠다.

올 겨울 ‘최강한파’가 연일 이어지면서 빚어진 지난 13일 대전 한민시장은 한산한 풍경이다. 한겨울엔 시장에 나오는 사람들이 줄기 마련이지만 예년에 비해 올 겨울은 전통시장 상인들에겐 유독 큰 시련의 시기다. 단골손님도 요즘같은 한파엔 대형마트로 마음이 움직이는 건 인지상정이다. 손님도 없는데 상품도 시원치 않다. 내놓은 채소는 얼어붙고 곳곳에서 수도계량기까지 터지면서 판매와 운영이 힘든 상인들은 곳곳에서 울상을 지었다. 시장에서 수산물을 판매하는 김 모(36) 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추운 날씨에 손님이 하나도 없어 쉬는 가게들이 많았는데 오전에는 수도계량기까지 터지고 불편한 게 이만저만 아니다”라며 “오늘 같은 주말엔 대형마트가 격주로 휴업을 해 이 정도지 평일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농수산물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같은 날 대전의 한 농수산물시장에선 매기가 한산하면서 배추, 무, 양배추 등 엽근채소들의 판매가 부진해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 그나마 과일류는 설 선물세트를 미리 사기 위한 소비자들이 군데군데 자리했다. 시장 관계자는 “한파 때문에 최근 3~4일은 평소보다 반 이상 손님이 줄었다”며 “과일은 설 대목을 앞두고 비교적 좋은 상품과 저렴한 가격에 선물하기 위한 손님이 있어 매출을 유지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반면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한파 덕에 후끈 달아 올랐다. 봄옷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는 1월임에도 불구하고 새해 정기 세일기간과 겹치며 ‘한파특수’가 이어졌다. 이날 한 대형마트에선 방한부츠 두 켤레를 1만 원에 선보이자 고객이 구름처럼 몰리기도 했다. 각종 의류매장에서도 여전히 롱패딩 등 겨울아우터가 메인 상품으로 자리를 지켰다. 겨울의류 뿐만 아니라 난방용품도 여전히 인기다. 극세사 침구류, 온수 메트 등이 대형마트 복도 한 가운데를 차지했고 1월이면 없어졌던 난방가전코너는 아직도 히터기나 온풍기를 찾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겨울엔 오프라인 매장은 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 매체에 고객을 빼앗기기 마련인데 요즘 갑자기 몰려온 한파에 월동용품이 시급해진 고객이 크게 늘었다. 최근 기름값이 비싸지다보니 난방비를 줄이기 위해 온수메트나 전기히터기와 같은 전기난방기를 찾는 고객들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백화점세이에 따르면 하이마트(본관 6층) 난방용품은 13일 기준 전년 대비 약 5%가량 증가했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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