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에 장투보다 단투로 투자 선회…가상화폐 규제 반대 국민청원 20만 돌파

정부발 ‘가상화폐거래소 폐쇄 방침’ 해프닝 등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접근이 오락가락 하면서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가 투기로 변질되자 정부가 일단 과열방지 차원에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건데 벌집을 쑤셔놓은 결과만 얻었다.

화상화폐를 어떻게 규정할 것이냐에 대한 근본적인 합의점 도출 없이 ‘가상화폐 거래=불법화’ 방향이 제시되자 가상화폐에 발을 담근 투자자들이 멘붕 상태에 빠진 거다. 정부가 일단 거래소 폐쇄 여부 결정은 보류하고 일단 실명제 도입과 과세 방안 등의 규제로 과열된 시장을 바로잡겠다는 쪽으로 한 발 물러섰지만 정부의 극단적 처방에 놀란 투자자들은 향후 정부 대응을 지켜보면서 살얼음판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지난 15일 청와대의 ‘암호화폐 대응책’ 발표에 이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합리적 규제의 수준을 마련하기 위해 과세, 실명제 등의 구체적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히고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 역시 살아있는 옵션”이라고 강조했다. 가상화폐 문제에 유연하게 접근하면서도 투기적 요소에 대해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원칙을 재차 언급한 거다.

경제부총리와 청와대까지 진화에 나섰지만 혼란은 더 커지는 양상이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 대응의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는 점에서 그렇고 거래소 폐쇄가 여전히 정부의 선택지에서 살아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가상화폐 투자자인 직장인 A 씨는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 기관들의 발표를 보면 제각각이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한다고 했다가 일주일도 안 돼 보류한다고 말하고 정확한 정부의 암호화폐 정책방향을 알 도리가 없다”며 “문제되는 사안에 대해선 합리적 규제선상에서 합의점을 찾으면 되는데 정부의 안일한 발언 하나하나가 투자가치가 있는 시장을 오히려 투기판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규제 대책 발표 때마다 거래소 접속이 폭증하는 등 시장 과열이 심화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투자자의 거래 패턴도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내다본 장기투자에서 정부의 대책 시점의 시세차익을 노리는 단기투자 쪽으로 방향이 선회하는 모습도 보인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선 가상화페 규제 반대 청원에 20만 명 이상이 몰렸다. 청와대가 응답해야 하는 상황인데 가상화폐를 둘러싼 논제가 워낙 복잡해 정부가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기까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4차산업혁명 대응의 관점에서 가상화폐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은 취해야 할 대상이고 가상화폐 투자의 투기적 요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상화폐 거래에 세금을 부과한다면 정부 입장에선 가상화폐를 제도권에서 보호해야 할 의무도 생긴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