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전 부사동 빌라 화재, 급박했던 구조 현장

 

“자다가 코가 매워서 눈을 떴는데 방안이 연기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현관문을 열려고 안간힘을 썼음에도 문이 불에 그슬렸는지 열리지 않았습니다.”

18일 오전 9시 48분경 대전 중구 부사동에서 발생한 빌라 화재 속에서 2층에 거주하는 박 모(41·여) 씨는 열리지 않는 출입문을 붙잡고 발을 동동 굴렀다. 뿌연 연기가 호흡을 가쁘게 만드는 위급한 상황 속 박 씨는 창가로 몸을 옮겼다. 박 씨가 내려다 본 창가 아래로는 화재진압대원들이 환자들을 구급차로 다급히 옮기는 모습이 들어왔다. 박 씨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생과 사의 촌각을 다투던 그 때 박 씨의 집으로 소방대원들이 진입했고 박 씨는 가까스로 구조됐다. 그러나 화마가 할킨 상흔은 컸다. 빌라 1층 거주자 3명이 병원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있지만 중태다.

이날 오전 본보가 찾아간 대전 중구 빌라 피해현장은 화재 당시의 참혹함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화재가 발화된 것으로 추정되는 1층 A 씨 집 내부는 가구들이 대부분 불에 탔고 내부도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다. 또 옆 집 출입문과 2, 3층 각 가구 출입문과 계단통로 곳곳에는 불에 훼손된 흔적이 짙었다. 안타깝게도 해당 빌라에는 지난해 2월 의무화된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게 대전소방의 설명이다.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대전소방본부 소방관들과 대전 중부경찰서 형사들이 바쁘게 현장을 오갔다. 출입금지 문구가 써진 경찰통제선 밖에서 주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상황을 지켜봤다. 인근에 사는 50대 주민은 “소란스러운 소리에 밖으로 나와보니 구급차와 소방차가 많이 와 있었다”며 “사람이 이송되는 것을 보고 큰일이 났구나 하고 식겁했다”고 다급했던 당시를 말했다.

빌라 거주자와 대전소방 등에 따르면 빌라 안에 있던 거주자들은 불길에 현관문이 훼손돼 대피에 어려움을 겪는 아찔한 순간에 놓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1층은 방범창이 설치돼 있어 화재 속에서 거주자들이 대피를 못하고 방에 갇히는 일도 벌어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3명의 중상자가 발생한 A 씨 집 내부는 통자로 된 쇠 방범창이 묵직하게 설치돼 있어 소방관들이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장 출동 소방관들이 빌라 내 다른 가정 1층 방범창을 뜯어내고 진입하거나 현관문을 부수고 진입하는 방법으로 수 명의 빌라 거주자들을 구조한 것이 다행이었다. 

곽진성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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