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과의 통합을 공식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둘러싸고 충청 정가에 흥미로운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그가 오는 6월 대전시장 선거에 나설 수 있다는 게 바로 그것이다.

양 당의 통합이 호남과 영남이 손을 잡는 형국이고, 여기에 자신이 중원의 광역단체장직을 맡는다면 충청까지 아우로는 ‘삼각 트라이앵글’을 형성하게 된다.

대전과 충남은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를 놓고 빚어진 심각한 내홍 속에서도 뜨거운 통합 열기를 보여준 지역으로 안 대표에겐 호남에 이어 제2의 텃밭과도 같은 존재다. 거대 양당에 비해 세(勢)는 열세이지만 대전·충남 현직 지방의원들이 통합 지지 선언을 하는 등 안 대표의 든든한 우군이 되고 있다.

지난 2016년 2월 대한민국 헌정사 최초로 중앙당 창당대회를 대전에서 개최했고, 안 대표는 대전을 방문할 때마다 자신이 ‘명예 대전시민 1호’임을 강조하며 KAIST(한국과학기술원) 석좌교수 시절의 인연을 각별히 부각시키는 등 대전에 공을 들여왔다.

서울시장으로 거론돼 온 안 대표가 “서울 일극주의, 수도권 집중화에서 과감히 탈피하겠다”, “소멸돼 가는 지방을 되살리는 데 내 한 몸을 불사르겠다” 등의 명분을 내세워 전격적으로 대전시장 선거전에 뛰어들 경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2파전 양상을 될 것으로 예상돼던 선거 판도는 전혀 달라질 공산이 크다.

 

지난해 5·9 장미대선에서 비록 3위(전국 득표율 21.41%)에 그쳤지만 명색이 대선 후보였던 그의 ‘네임 밸류’는 현재 물망에 오르는 대전시장 후보군에 비해 앞서면 앞섰지 결코 뒤지지 않고, 대전과 세종에선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대전 20.30%, 세종 15.24%)에 앞서며 문재인 대통령(42.93%, 51.08%)에 이어 2위(23.21%, 21.02%)를 차지한 저력도 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의 대선 당시 지지율(6.34%, 6.03%)까지 합쳐진다고 가정하면 30%에 육박한다.

국민의당에선 한현택 동구청장, 김세환 수석부대변인(대전 서구갑 지역위원장), 바른정당에서는 남충희 대전시당 위원장 등이 시장 후보로 회자되고 있는 가운데, 안 대표의 대전시장 출마 시나리오는 물론 호사가들 사이에 떠도는 ‘소설’일 수 있고, 기대만큼 지지세가 오르지 않아 고민에 빠진 제3세력의 단순한 ‘희망사항’일 수 있다.

하지만 2012년 정계 입문 후 단기간 수많은 우여곡절과 부침을 겪은 안 대표가 대전시장직을 지렛대로 대권에 다시 도전하는 ‘역발상’을 실행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순 없다는 게 지역 정가의 반응이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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