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 줄고 혼자 있는 시간 증가세

가족(家族)은 누구에게나 중요한 존재다. 지금의 가족 형태가 3대(代) 혹은 그 이상이 함께 모여 사는 대가족의 모습은 아닐지라도 그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그때와 지금 별반 차이가 없다. 다만 유대감에 있어서는 과거에 비해 옅어지는 모양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가족 관계 관련 인식 조사 결과를 분석해 오늘날 가족관계의 실태를 알아본다.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에게 가족이 주는 가장 큰 의미(중복응답)는 편안함(55.6%)이다. 성별과 연령에 상관없이 공통된 의견이다. 또 없어서는 안 될 존재(51.8%), 힘이 되는 존재(48.1%), 고마운 존재(47%), 따뜻한 존재(42.6%), 행복함을 주는 존재(41%) 등 대부분이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가족이 자신의 전부라는데 동의하는 이들이 전체의 64.8%를 차지했다. 가족을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대상으로 인식하는 이들이 많다는 의미다. 이러한 인식은 연령이 높을수록 높게 나타난다.

또 가족은 무조건 ‘내편’이라는 믿음을 가진 이들이 전체의 66.9%다. 더욱이 최근 자신의 주위에 가족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절반(49.6%)에 달했다. 삶이 불안하고 어려울수록 가족의 존재감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는 뜻이다. 일상생활이 불안할수록 가족이 중요(83.6%)하며 가족이라면 어려울 때 함께 해야 한다(83%)고 바라봤다.

개인적으로는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묻어나지만 사회적인 시각에선 가족 관계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무늬만 가족인 경우가 많다고 느끼는 이들이 10명 중 7명(68.1%)에 달한다. 함께 살고는 있지만 가족 간 유대감과 결속감이 옅어졌다고 느끼는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가족보다 반려동물을 더 가족처럼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데 74.6%가 동의했다.

또 원만한 가족관계에는 경제적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도 72.7%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만 그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하는 사람도 63.5%다. 이는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어려운 경제적 상황에선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자신의 계층을 낮게 평가할수록 좋은 가족관계를 위해서 금전적인 문제가 없어야 하고(중상층 65.2%, 중간층 68.2%, 중하층 76.8%, 하층 84%),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중상층 60.9%, 중간층 59.5%, 중하층 65.6%, 하층 76.6%)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집에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나 활동도 줄어드는 추세다. 전에 비해 거실에서 가족과 함께 보낸 시간이 감소했다고 느끼는 사람(23.4%)이 증가했다고 느끼는 사람(17.3%)보다 많았다. 반면 거실보다 방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감소했다고 느끼는 사람(16.6%)보다 증가했다고 느끼는 사람(26.7%)이 우세하다. 즉, 집에 있다고는 하지만 함께하는 거실에 있기보다는 혼자 있는 방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젊은 층(10~20대)은 거실에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줄어들고 방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느낀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개인화된 성향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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