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지형 변화 따라 법률 규정 표류할 수도
지방자치 원칙 확대 불구 구체안도 법률 위임

국민헌법 자문안 초안의 윤곽이 드러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자치분권과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가 한발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는 13일 확정한 개헌 자문안 초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공식 보고했다. 개헌안 초안은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법률로 수도를 규정하는 것을 핵심으로 담았다. 이와 함께 헌법 전문에는 5·18 등 민주화 운동이 포함됐다. 또 국회의원 소환제와 국민 발안제, 대통령 특별사면권 제한, 국회 예산심의권과 감사원 독립성 강화 등도 담겼다.

이번 초안에는 지방자치분권의 이념이 반영됐지만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로 위임하기로 하면서 향후 과제로 남았다. 실질적인 자치분권에 대한 수위가 낮게 그려진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특위는 지방분권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가질서임을 천명하는 자치분권 이념을 헌법에 반영했다. 지방정부가 실질적 역할을 할 수 있게 입법·재정·조직 등에서 자치권을 확대하고 지방정부 운영 과정에 주민이 참여하는 방안을 확대했다. 또 대의기관 독주 견제와 지방정부 조직 운영 과정의 주민 참여 확대 등을 주 내용으로 삼았다.

지자체의 권한 강화를 위해 자치재정권과 자치입법권을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지방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많고 자의적 통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점에서 헌법에는 지방자치를 확대한다는 원칙만 담고 구체적인 사항은 법률에 위임하기로 했다. 대통령과 시·도지사 간 정례회의를 뜻하는 제2국무회의 성격의 회의체를 만드는 조항도 초안에 포함돼 중앙·지방정부 간 소통·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종시 행정수도 명문화는 헌법이 아닌 법률 위임으로 윤곽이 그려지면서 반발이 예상된다. 법률 위임은 정권과 다수당의 변화에 따라 법률 개정 등 정치적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는 만큼 불안정하다는 이유에서다. 행정수도 완성 세종시민대책위원회는 “수도의 지위와 역할, 이전하는 기관 범위에 이르기까지 반복되는 소모적인 정쟁과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며 “왜 헌법이 아니라 법률 위임이라는 국론분열과 지역갈등의 여지를 선택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종 개헌안을 확정해 오는 21일 발의할 예정이다. 개헌안이 공고되면 60일 이내 국회 의결 절차를 거치는데 국회에서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으면 6월 지방선거와 개헌투표는 무산된다.

박현석 기자 phs2016@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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