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選 D-90 롤러코스터처럼 요동치는 충청
홍성 찾은 李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로 행동” 정치 재개 의지 피력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14일 충남 홍성군 장곡면 옥계리 이광윤 선생(임진왜란 당시 청주성을 탈환한 의병장으로 이 전 총리의 11대 조부) 사당을 찾아 술잔을 올리고 있다. 이 전 총리 측 제공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란 말이 정말 실감나는 요즘이네요. 안희정이 지고, 이완구가 뜰 줄이야…”

6·13 지방선거가 15일을 기해 정확히 9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충청 정가가 그야말로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충청은 좀처럼 표심을 가늠하기 힘든 지역인 데다 D-100일인 지난 5일 한반도를 충격 속으로 몰아넣은 ‘안희정 쇼크’로 공고한 지지세를 유지해 오던 더불어민주당의 아성이 허물어지는 양상을 띠며 예단하기 어려운 안개 정국이 전개되고 있다. 차기 대권을 넘보던 안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 폭로로 선거판이 출렁이면서 충청권이 PK(부산·경남), 수도권에 버금가는 격전지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4면

정치권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열풍’의 직격탄이 떨어진 충남이 이번 지방선거 출마예정자들의 목을 죄는 ‘미투 공포’의 진원지가 되면서 민주당 경선 판도에 변화를 야기하는 동시에 일찌감치 집권여당의 낙승이 점쳐졌던 선거 분위기를 뒤엎으려 하고 있다.

민주당 충남지사 예비후보인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이 안희정 사태 직후 ‘내연녀를 특혜공천했고, 복잡한 여자 문제로 이혼을 했다’라는 의혹에 휩싸이며 당으로부터 사퇴를 권고 받으며 결국 14일 경선 레이스를 포기, 양승조 의원(천안병)과 복기왕 전 아산시장으로 도백 후보가 좁혀졌다.

재선 도백이자 집권여당의 당권주자, 대권주자로 거론돼 온 안희정의 기(氣)에 눌려 충남지사 후보직을 기피하며 서로 “네가 나가라”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한국당은 롤러코스터 같은 반전을 맞았다. 안희정 쇼크에 반색하는 제1야당에선 이인제 전 의원과 이명수 의원(아산갑)이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고, 최근 입당한 정용선 전 충남지방경찰청장(세한대 경찰소방대학장)이 지난 13일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 더해 민선 4기 도백이자 3선 국회의원을 지낸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사실상 정치 재개 행보에 나서 주목된다. 지난해 말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확정받으며 ‘성완종 리스트’의 굴레에서 벗어난 이 전 총리는 14일 홍성을 전격 방문,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 전 총리는 이날 홍성군 장곡면 옥계리에 자리한 이광윤(1546~1592) 선생 사당을 참배했다. 임진왜란 당시 청주성을 탈환한 의병장인 이 선생은 이 전 총리의 11대 조부로, 그의 참배는 굳은 심지로 무언가 결단을 했음을 선조에게 아뢰는 인상을 심어줬다.

민선 7기 충남지사 선거보다는 같은 날 치러질 천압갑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 가능성에 무게가 쏠리고 있는 이 전 총리는 정치 재개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치권에서 3개월은 긴 시간이다. 북미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이명박 전 대통령 문제 등 국내외 현안이 너무 많다. 아직 이르다. 지켜봐 달라”면서도 “앞으로 한 달 후에 보자. 평소 좌우명대로 ‘호시우행(虎視牛行, 호랑이처럼 쳐다보고 소처럼 일한다)’의 자세로 행동하겠다”라는 소신을 밝혀 깊은 여운을 남겼다. 그의 주변에선 이 전 총리가 천압갑 재선거에 관심이 많고, 내달 초 공식 입장을 표명할 것이란 얘기가 나돌아 그가 정치적인 명예회복에 성공할 것인가에 이목이 쏠린다.

‘역사의 변곡점’에서 다시 만난 안 전 지사의 성폭행 파문에 관해 “제가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며 언급을 삼간 이 전 총리는 분열된 보수야당에 대해선 “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열심히 하고 있고, 바른미래당 유승민 대표도 노력하고 있지만, 6월 지방선거 전후에 (두 당이) 통합해 견제와 균형 역할을 잘 해줬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