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덕 극단 새벽 대표를 만나다

한선덕 극단 새벽 대표

“대전 연극의 저력을 바탕으로 좋은 결과 얻고 오겠습니다.”

한선덕 극단 새벽 대표는 “대전연극제에서의 수상은 잊고 우리의 길을 다시 걸어야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한 대표의 극단 새벽은 1990년 창단 이후 두 차례 대한민국연극제 본선에 올라 두 번 모두 금상을 수상하며 대전 연극의 저력을 과시했다. 그는 '이런 값진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열연과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연출에 공을 기울인 연출진들의 땀과 노력 덕분”이라고 그간 작품을 위해 노력한 극단 구성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국내 내로라하는 극단들이 오는 6월, 지역 연극의 자존심을 놓고 자웅을 겨루는 제3회 대한민국연극제에 극단 새벽이 대전을 대표해 선보일 작품은 지난주 마무리 된 제27회 대전연극제 대상 수상작 ‘아버지 없는 아이’다. 이 작품은 1929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5명의 주연 배우들이 겪는 암울한 현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한 대표는 이를 통해 국가와 가정에서 ‘아버지’와 같은 든든한 버팀목의 부재가 가져오는 고통과 혼란 속에서도 희망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생각이다.

“사실은 이게 우리지역의 창작공모전 수상작이기도 해요. 근데 수상에서만 끝나면 아쉽잖아요. 오는 6월 대한민국연극제에선 우리식으로 만들어 고정적인 레퍼토리가 있는 작품으로 한 단계 발전시켜 선보이고 싶습니다.”

소극장에서 하던 연극과 대한민국연극제가 열릴 예술의전당처럼 대형 공연장에서의 무대는 엄연히 다르다. 한 대표 역시 그런 부분들이 내심 걱정스럽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모든 일엔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는 법. 제대로만 활용하면 더욱 깊이 있고 관객의 뇌리를 깨우는 연극이 될 수 있을 거라고 그는 굳게 믿고 있다.

“배우들이 사실 소극장 공연에 익숙해져 있어요. 대형 공연장에서의 공연이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죠. 소극장에선 배우들의 섬세한 표현을 관객에게까지 전달할 수 있다는 점, 대형 공연장에선 선이 굵은 무대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부분들을 기술적으로 잘 활용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배우 5명, 스텝 11명. 극단 새벽이 가진 맨파워는 그렇게 크지는 않다. 그러나 십 수 년을 지역에서 활약하며 쌓아 온 경험만큼은 남부럽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올해로 꼭 10년 만에 대한민국연극제 무대에 서는 이들에게 지역 연극계가 거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한 대표가 '허투루 만든 작품보다 성의껏 만든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민한다'는 데엔 그런 이유가 있었다.

“수상에는 일희일비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우리 지역에서 열리는 전국대회이기도 하고 잘 치러내야 하는 게 연극인의 한 사람으로서 바람이에요. 또 우리 극단이 지역을 대표해서 나가기 때문에 관객들이 ‘허투루 작품 만들었네’라는 말 대신 ‘쟤네가 성의를 다했구나, 우습게 볼 작품이 아니네’라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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