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무대서 퇴장, 2020년 21대 총선 출마로 선회한 듯

▲ ‘이완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완사모) 인터넷 카페(cafe.daum.net/ok219) 초기화면에 18일 ‘충청대망론, 꺾이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기재돼 눈길을 끈다.
▲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미국으로 출국하기 위해 인천공항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6·13 충남지사 선거 또는 같은 날 치러질 천안갑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 그의 미국행은 단순한 머리 식히기 차원의 외유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명예회복의 장(場)으로 2020년 21대 총선에 포커스를 맞춘 것으로 관측되는 그의 숨고르기가 충청 정가에 어떤 파장을 낳을지 주목된다. <본보 3월 16일 인터넷판-‘돌연 미국행 이완구의 시계는 2020년에 맞춰져 있다’‘이완구 돌연 미국행 왜?’ 기사 참조>

지난 16일 미국으로 출국한 이 전 총리의 뒷모습, 그리고 8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충청권 후보 공천에 속도를 내는 자유한국당의 상황이 묘하게 ‘오버랩’ 되고 있다. 한국당은 충남을 광역단체장 전략공천(공식적으론 ‘우선추천’이란 용어를 사용) 지역으로 선정하고, 이인제 전 의원과 이명수 의원(아산갑)을 민선 7기 도백 후보로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천안갑 당협위원장으로 최근 영입한 길환영 전 KBS 사장을 낙점, 이 전 총리는 6월에 내세울 ‘선수’ 명단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되는 분위기다. ▶관련기사 4면

지난해 말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확정 받으며 ‘성완종 리스트’의 굴레에서 벗어난 이 전 총리의 ‘몸값’은 선거가 다가올수록 급등하고 있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파문이 촉발되면서 그가 구원투수로 등판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홍성을 방문(14일)하며 사실상 정치 재개의 신호탄을 쏜 이 전 총리는 이 같은 상황에 고무돼 정계 복귀에 속도를 내려 하기보다는 차분하고 객관적으로 정국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세(勢)에 눌려 있던 충남지역 출마예정자들에 대해선 최근의 분위기 반전에 반색하며 자신들이 살기 위해 본인에게 ‘당의 간판’, ‘얼굴마담’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홍준표 대표 등 당 지도부는 당장 당권을 위협할 수 있는 이 전 총리의 원내 진입을 꺼리며 그를 국회의원 재·보선이 아닌 지방선거로 내몰아 도백직에 묶어 두려는 것으로 정가 안팎은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는 호흡을 길게 갖고 2년 후를 내다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2020년 4월 예정된 21대 총선을 통해 원내에 복귀해 부활하려는 것으로, 기존 지역구였던 부여·청양(현재는 공주와 통합)보다는 홍성·예산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 해당 지역구의 현역 의원인 같은 당 홍문표 사무총장에겐 4선 도전에 있어 큰 난관일 수밖에 없다. 이 전 총리가 이번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고, 2020년 명예회복에 나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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